오순령 메타독서 #10. [동백꽃] 그냥 감자가 아니야

그냥 감자가 아니야

    전국국어교사모임출판사 저자 / 휴머니스트 출판                        2012년 08월 13일 발행 / 120쪽
    전국국어교사모임출판사 저자 / 휴머니스트 출판                        2012년 08월 13일 발행 / 120쪽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는 김유정의 단편문학 [동백꽃]은 1930년대 우리나라 강원도 춘천가는 길 어디쯤 작은 시골 마을이 배경이다. 김유정 작가의 독특함으로 청춘 남여의 순순하고 풋풋한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14살에서 15살 학생들에겐 1930년대 강원도 방언과 약간의 시골틱스런 이야기가 생소하고 그냥 스쳐가는 국어 지문에 불과한 짧은 이야기 일 수 있다. 교과적으로 닭들의 싸움을 중심으로 마지막 흐드러진 노란색 동백꽃이 마무리 장면이다. 하지만 김유정의 [동백꽃]은 교과적인 내용 이외의 다른 관점으로 기억에 남기도 한다. 사춘기인 주인공 점순이와 지금 중학교 2학년 학생들 성장의 단계가 같기 때문이다. 1930년대나 2022년이나 마음성장의 크기는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나흘 전에 점순이는 울타리 엮는 내 등뒤로 와서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감자를 내밀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밀어 버렸다. 뒤를 돌아본 나는, 쌔근쌔근 하고 독이 오른 그녀가 나를 쳐다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 그날 이후 점순이는 자기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아 우리 집 씨암탉을 붙들어 놓고 때리고 있었다. 점순이는 사람들이 없으면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집 수탉과 싸움을 붙였다. "

 

벼르고 벼르다 점순이가 소년에게 건넨 뜨끈한 감자에 담긴 의미를 주인공 ' 나 '는 알아채지 못하고 상처 받은 점순이에게 무심한 행동은 참으로 답답하다.  현재 눈치없는 남학생들에게 전하고픈 여학생들의 마음일 수도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동백꽃]의 ' 감자 '와 이유 없이 불쌍하게 죽은 ' 닭 '을 통해 알 수 있다.

 

" 점순이가 바윗돌 틈에 동백꽃을 소복이 깔아 놓고 앉아서 닭싸움을 보며 청승맞게 호드기를 불고 있다. 약이 오른 나는 지게 막대기로 점순네 큰 수탉을 때려 죽였다. 그러자 점순이가 눈을 홉뜨고 내게 달려든다. "

 

김유정의 [동백꽃] 하면 ' 감자 '와 ' 닭 '을 떠올리며 선배가 된 친구이 많이 있다. 강원도 춘천 가기 전에 작가 김유정의 고향이 있다. 바로 서울에서 지하철로 1시간 조금 넘으면 김유정역에 도착한다. 역사 안에 마련된 장소엔 [동백꽃] 이야기의 풋풋한 기억과 김유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오래전 김유정 역사-
         - 오래전 김유정 역사-

소작인 아들 주인공 ' 나 '와 소작농을 관리하는 마름의 딸 '점순이'와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주인공 ' 나 '가 있다. 그리고 키가 작아 더 어려보이고 굉장히 솔직하고 활동적인 점순이는 남녀 애정에 일찍이 관심이 많아 ' 나 '에게 줄곳 마음을 표시한다. 동백꽃 작품 이외 김유정의 대표작인 [봄봄]에서는 점순이와 나의 관계가 조금더 재미나게 펼쳐진다.

 

"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느냐고 다짐하는 점순이에게 그러마고 약속한다. 노란 동백꽃 속에 함께 파묻힌 나는 점순이의 향긋한 냄새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이때 점순이는 어머니가 부르자 겁을 먹고 꽃 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내려가고 나는 산으로 내뺀다. "

 

' 감자 ' 와 ' 닭 ' 의 희생으로 둘이 만나 몇년 뒤 또 다른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김유정 작가는 농촌을 배경으로 일제 강점하의 농민들의 어려움을 잘 묘사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농촌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마음도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원도에서 동백꽃은 노란 생강꽃을 말한다
                                              강원도에서 동백꽃은 노란 생강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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