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게’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덴마크 인들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설명할때 사용하는 이 단어는 덴마크인들의 행복의 비결로 오랫동안 여겨져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민 작가가 이 단어로 책을 냈습니다.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입니다.

핀란드 출신의 미국사회학자 유카 사볼라이넨은 왜 북유럽이 행복지수가 높은 가에 대해 비판적 기고를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에 기고한 바 있습니다.

https://slate.com/news-and-politics/2021/04/finland-happiness-lagom-hygge.html

휘게의 나라 덴마크는 오늘 발표한  '2022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핀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사볼라이넨 교수는 행복 국가 1위 핀란드의 칼사리캔니에 대해 소개합니다.

한국의 행복지수는 59위,  2021에는 50위 2020년에는 61위였습니다.

이렇게 우리 언론은 세계행복지수에 집착합니다.

아래는 유카 사볼라이넨 교수의 글 중 일부입니다. 원문은 위에 링크를 걸었습니다.

자주 1등을 차지하는 핀란드의  행복비밀은 휘게보다 훨신 어렵고 복잡한 단어인 “칼사리캔니(kalsarikännit)" 입니다. 이 단어는 “팬츠드렁크(pantsdrunk)”, 곧 집에서 혼자 속옷만 입고 술에 취해 늘어져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만약 이게 정말로 행복의 비밀이라면, 그렇게 비밀인 상태로 그냥 두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에 가장 반발할 사람들은 다름아닌 핀란드 사람들입니다. 물론 핀란드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행복 순위만이 아닙니다. 교육 시스템 역시 1위이며(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부패 지수도 1위이고(이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에서도 1위이며 그외에도 여러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 순위라니요. 이코노미스트지에는 핀란드 총리가 국제 회의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대표입니다”라 소개 받았을때 그가 이렇게 답한 사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다른 나라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지도 않네요.”

핀란드에서 걸어다닌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핀란드가 늘 그런 국제적인 평판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1993년, 내가 뉴욕에 막 도착했을때 미국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출근 중인 이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이 모습은 지금이 핀란드가 국가애도기간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핀란드 인의 평소 모습입니다. 조용하고 개인적이며 다른 이들과는 어떤 접촉도 싫어하는, 지상에서 가장 내성적인 사람들입니다. 우울한 상태로 있으면서도 이를 부끄러워 하지 않습니다.” 사실 핀란드인의 표정 만을 관찰한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는 없습니다. 여전히 조심스럽고 조금 우울한 표정을 다들 짓고 있습니다. 만약 행복 지수를 사람들의 웃음 소리로 매긴다면, 핀란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는 매년 발표되는 전세계 행복지수가 사람들의 웃음 소리나 기쁨의 표현 같은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측정되기 때문입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자신이 상상 가능한 수준의 0에서 10 까지의 단계를, 가능한 최고의 삶을 10으로 그리고 최악의 삶을 0으로 상상하게 하고 자신이 현재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물을 뿐입니다. 즉, 자신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삶에 가까울수록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가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어떤 기쁨이나 환호는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감정과 무관한 행복의 정의라면, 핀란드가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한다면 핀란드는 확실히 괜찮은 나라입니다. 빈곤율은 낮고, 홈리스도 많지 않으며, 다른 물질적 결핍 또한 크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충분히 높은 수준의 교육과 의료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고, 육아 휴직과 유급 휴가 또한 충분히 깁니다. 전문가들은 아마 이런 이유로 핀란드, 덴마크 그리고 다른 북유럽 국가가 높은 행복지수를 기록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행복지수의 측정이 바로 사람들의 기대치에 기초한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루터파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에게 가능한 최선의 삶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는 북유럽 사람들이 개인의 성공을 따질때 생각하는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법칙은 “너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너는 너 자신을 남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너는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1930년대 사회학자 로버트 K 머튼이 미국에서는 “부의 축적이야말로 성공의 지표이다”라고 말한 것에 크게 대비됩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국민들에게 괜찮은 삶을 제공하고 있으며, 누구도 물질적으로 아주 힘든 삶을 살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누구도 자신의 미래에 너무 높은 기대를 가지지 않도록 하는 문화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10단계의 사다리는 적당히 높은 0단계와 아주 좁은 간격을 가진, 그래서 꼭대기가 그리 높지 않은 사다리가 됩니다. 사람들은 또 자신의 삶이 충분히 좋은 것이라 서로 이야기합니다. 바로 이러한 마음가짐 때문에, 핀란드 사람들은 좁은 아파트에서 적당한 수입으로 살며, 높은 물가와 세금 때문에 별로 소비를 하지 못하지만 – 그리고 아이슬란드처럼 월드컵에도 진출하지 못하지만! –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나는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이런 특정한 행복지수에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가 바로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화적 차이를 나타내는 단어는 휘게도, 칼사리캔니도 아닙니다. 내가 이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스웨덴어와 노르웨이어에 존재하는 “라곰(lagom)”일 것입니다. 이 단어는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양을 의미하며 “적절한(just the right amount)”, 또는 “분수”로 번역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덴마크 인들의 삶을 휘게로 표현하는 것처럼 스웨덴의 문화는 라곰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라곰은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전체의 문화를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좋은 삶에 대한 기대의 측면에서 본다면, 라곰은 최소한의 필요만을 충족한 상태에서 만족하기를 강조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미 그런 필요를 충족했다면 이제 더 이상 불평하지 말라는 것이죠. 따라서 당신은 이제 행복한 것입니다.

사볼라이넨 교수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언론보도내용은 다 비슷합니다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핀란드로 7.821점을 받았다. 2위는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4위 스위스, 5위 네덜란드(7.415점) 등이었다. 가장 순위가 낮은 나라는 아프가니스탄으로 2.404점에 그쳤다. (스웨덴 노르웨이는 7위 8위였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순위의 국가들로는 그리스(58위, 5.948점), 필리핀(60위, 5.904점) 등이 있다.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선 대만이 6.512점, 26위로 순위가 가장 높았고 일본은 6.039점으로 54위, 중국은 5.585점으로 72위였다.


저는 이런 보도가 매년 이어지는 동안 우리의 행복지수는 늘 비슷한 순위가 될 것이라 보입니다.

행복지수의 측정은  사람들의 기대치에 기초합니다.  기대치라는 말은 특별함 앞서나가는 것을 포함한 단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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