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는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게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이야기를 통해 동시대 독자들과 연결되고, 일상에서 느끼기 힘든 즐거움이나 놀라움 등의 감정을 글로 전하고 싶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문단과 출판가에선 “김초엽 현상” “김초엽의 선한 영향력”이란 말이 나돕니다. ‘한국 문학의 미래’로 평가받는 그는  비문학 독자들을 문학으로 이끌고, 장르소설을 주류 문학화했습니다.  김 작가는 포항공과대(포스텍)와 대학원에서 화학을 공부했습니다.

 

김 작가에서 선한 영향력이라는 수사가 붙는 이유는  김초엽 작가의 작품주제들은 다양하지만 그 기저에는 소수자나 약자·타자에 대한 차별·배제·혐오를 고발하고  공존과 이해를 쟁취하자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때문입니다.

 

김 작가가 경향에서 한 인터뷰입니다.

“작가로서 특정한 주제를 규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를 통해 했던 이야기들이 제 소설을 해석할 때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것 같다. 타인의 주관적 세계에 대한 이해, 닿으려는 시도, 그리고 이해의 실패와 그 실패로부터 이어지는 또 다른 가능성…. 이런 것들이 자주 생각하는 주제들이다. ”

“ 차별금지법은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사회적 합의’를 얘기하며 계속 미루는 정치인들의 태도가 실망스럽다. 제 소설, 논픽션을 보신 분들이라면 차별과 혐오, 다양성과 같은 주제에 제가 어떤 입장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저는 ‘차별을 하지 말자’ 같은 주장을 소설로 쓰고자 하는 게 아니다. 타인을 차별·혐오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제 소설로 설득할 수 있다거나, 제 소설의 역할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변하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어떤 사람들은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결국 대부분의 변화는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 자신의 약자성은 물론 자신이 지닌 권력까지 인지하는 것, 내가 차별당하기도 하지만 차별하는 위치이기도 하다는 것, 그런 문제들을 고민하고 소설 쓰기로 이어간다.”

마리의 춤은 장애인의 의미있는 반격이다

주인공 ‘마리’가 어느 날 춤을 추겠다며 무용강사 최소라를 찾아오며 시작되는 단편소설 『마리의 춤』은  시신경 이상징후를 가지고 태어난 장애인 ‘마리’의 세상을 향한 의미 있는 반격을 그린 소설입니다.

특히 『마리의 춤』에는 김초엽작가가 자신의 소설들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장애와 소수자에 대한 문제의식과 고민을 종합적이며 다층적으로 다룬고 있습니다. 우선 첫째로 장애인의 장애에 대한 자기인식 방식입니다.

소설 속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는 ‘마리’는 자신의 장애에 대해 주체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장애를 결핍으로 바라보는 사회와 타인에 대해, 무엇보다 장애 그 자체로 부터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습니다. ‘마리’는 장애가 없는 삶에 대한 욕구를 배제하고 장애를 적극적으로 수용합니다. 이러한 ‘마리’의 태도는 현재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싶은 욕구를 가졌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비장애인의 생각에 낯선 감정과 물음을 던집니다.
두 번째로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과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이 과연 연민과 시혜의 시선은 아닌지 질문합니다. 비장애인의 자의적 해석에 의한 호의와 배려가 장애인들의 독립된 존재로서 존엄성을 훼손하는것은 아닌지 고민해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증강된 인체의 진보에 대한 의미입니다. 소설 속 시각장애인들은 풀루이드라는 공감각 장치를 이용하여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하며 나아가 비장애인들은 경험하기 힘든 증강된 공감각적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 ‘마리’는 이러한 감각을 진보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며 일부 비장애인들 역시 이러한 증간된 일상을 누리고자 일부러 선택적 장애를 취하게 됩니다.

현대의 많은 장애인들이 과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룬 다양한 장치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대의 비장애인들 역시 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일상생활의 수많은 편의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눈에 보이는 신체적 장애에 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결핍에 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러한 선택과 상황에 어떤 입장을 취할것이며 또 인간의 결핍이 과학기술로 대체되고 확장된다면 인간의 고유성에 대해 어떻게 정의할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에 드러나는 문제의식들은 분명 양가적 측면이 존재하며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김초엽 작가의 소설이 다루는 부분들은 주류 사고의 관성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 장애인, 약자, 소수자 등 비주류의 이야기를 조명함으로써 사회적 공감과 인식의 확장을 이룬다는 점, 무엇보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문제들을 장르적인 참신함과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아이디어, 재밌고 쉬운 문체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점은 김초엽의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일 것입니다.

 

조창훈의 PICK

김 작가가 시사IN에서 인터뷰했던 내용을 조금 바꿉니다.

진보하고 있다는 믿음은 세계를 나은 방향으로 만들려는 사람에게 중요합니다. 싸워나가는 원동력으로서, 세상이 나아져야 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힘 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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