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묘미는 전복과 질문의 압축일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영화는 소설만큼이나 무겁고 소설처럼 통찰을 줍니다.

 

영화 <경계선>도 이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줄거리를 함부로 정리해서 드릴 수가 없습니다. 줄거리 전달이 곧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줄거리 소개가 아닌 영화가 담고 있는 질문만 전해주어도 이 영화의 우수함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018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그 해 칸 영화제 최대 화제작이었고 부산국제 영화제에서도 소개되면서 2019년도에 개봉했습니다.

영화는 북유럽의 민담에 나오는 트롤이라는 요정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인간 사회의 소위 주류성이 갖고 있는 폭력성과 그 위험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주류성에는 함부로 이데올로기라는 말을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이데올로기는 사실 추상적이면서도 이념적인 의식의 형태인데 주류성이라는 것은 찰나적이고 즉자적인 힘 자랑인 것 같아서입니다.

이 영화는 이런 주류적 폭력성을   젠더, 차별, 소수, 아동인권 등의 다양한 사회 소수자성 문제와 교차시키면서 보다 근원적으로 지구 종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어서 주류 생명체라 의식하고 있는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던집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영화의 미래입니다. 영화가 철학과 미술을 대신해서 불편한 진실에 대해 무게감 있는 문제의식을 담당해야 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실 18세기 이후 철학과 미술은 과학과 이성 근대라는 이란성 쌍생아 같은 배타적 주류 의식에 대한 근원적이면서 지적인 고발을 합니다.

주인공들을 통해 전달되는 젠더 담론과 소수자성, 심미적 가치 기준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분명 낯섭니다. 

그런데 깨어남 깨달음이라는 것은 이런 낯섬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잖아요결국 내가 기준이 되니 아상(我相)에 집착해서 스러지고 말 일시적인 자기를 영원한 실체인것처럼 능력과 지위 재산 지식으로 자랑하고 남을 멸시하는 것이죠

어찌보면 우리는 아상에 가려서 잘 보지 못하니 이런 낯 선 자극이 무겁기도 하지만 뿌듯하기도 할 것입니다.

바벨만 무거운 것은 아니지요

이 영화는 현재 대중 문화 예술이 얼마나 진보했는 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분명 진보하고 있습니다. 시대와 함께 급변하고 다양해 지는 젠더 담론의 현재성을 느낄수 있는 영화가 바로 경계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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