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양원제를 시행하고 있다. 참의원이 상원의 역할을, 중의원이 하원의 역할을 맡는다. 작년 치러진 중의원 선거는 하원 의원을 뽑는 선거였고 이번 7월 25일에 열리는 참의원 의원 선거는 124명의 상원 의원을 뽑는다.

​참의원은 미국 상원처럼 압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국 귀족원처럼 허수아비도 아니다. 일단 아베 신조나 기시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와 같이 우리가 뉴스에서 자주 보는 일본의 정치인들은 대부분 중의원 의원이다.

중의원에서 총리를 선출하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 있어서 참의원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상원의 역할은 하원이 보낸 법안을 심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법상 중의원이 이 참의원의 권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카드가 존재한다. 참의원이 중의원에서 통과시킨 법안을 거부하거나, 심사를 두 달 이상 미룰 때에는 중의원이 재적 의원 2/3의 찬성을 통해 강제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 중의원에서는 자유민주당과 기타 우익 정당들이 2/3를 훌쩍 넘는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설령 참의원 의원들이 전부 일본 공산당 출신으로 구성된다고 할지라도, 자민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각종 법안들을 전부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참의원의 권한이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다. 일단 참의원에서 60일 동안 법안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중요하다. 굳이 필리버스터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법안을 계류시키면서 중의원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참의원은 총리나 장관 정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공공 기관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NHK 국장도 참의원에서 선출된다. 일본 사회는 매우 강력한 관료주의 사회이다. 장관과 총리만으로는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 그래서 참의원이 배 째라 하고 모든 공공기관 인사들의 인준 안을 거부해버린다면, 자민당과 내각은 우거지상이 된다. 실제로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자유민주당을 제치고 1당을 차지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민주당은 자유민주당이 발의하는 법안마다 지연을 시키고, 공공기관 인사들의 인준을 거부하면서 집권 자민당 내각에게 폭탄을 던져댔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 자민당은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475석 중 겨우 119석만을 건지는 최악의 대패를 당한다.

​따라서 참의원은 의사 결정 기구로서의 권한은 미국 상원에 비하면 약한 편이지만, 내각과 중의원, 그리고 집권당의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로서는 나름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2. 참의원 선거 어떻게 선출하는가?

일본은 미국과 비슷하게 한 선거에서 의원의 절반만을 뽑는다. 참의원 의원(상원 의원)의 총 임기는 6년이다. 반면 참의원 선거는 3년에 한 번씩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서 뽑힌 의원들은 2025년 참의원 선거는 한번 건너뛰고, 2028년의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렇듯이 참의원 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람들을 "개선 의원"이라고 하고, 이번에 한번 쉬고 다음 선거에서 재선을 기약하는 사람들을 "비개선 의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비개선 의원과 개선 의원을 합쳐, 일본의 참의원은 총 248명으로 구성된다. 2019년에는 124명을 선출했고, 이번에는 나머지 절반인 124명을 선출한다. 124명의 참의원 의원은 또다시 74명의 지역구 의원과 50명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나누어진다.

 

비례대표제는 1983년 제13회 참원선때 도입된 제도이다. 일본의 중의원은 각 권역별로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그러나 참의원의 경우, 전국구로 50명을 선출한다. 이 50명은 정당 비례와 개인 득표를 합친 것을 바탕으로 선출된다. 쉽게 말하자면, 일본인들은 투표소에서 정당에 투표할 수 있고, 혹은 비례대표 출마자 개인에게 투표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개인에게 던져진 표가 비례대표 순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정당에서 비례대표 순위를 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정하는 것이다.

​물론 정당에서 몇 명의 후보들에게 우선적인 당선권을 부여하는(한국으로 치면 비례대표 1~2번 자리를 주는) 의원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대신 개인 표를 받지 못하게 되어있다. 이 제도는 "특정 틀" 제도라고 하여,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개인 표와 정당 표를 합친 것이 비례대표의 총 득표이다. 이를 백분율로 구하고, 곱하기 50을 하여 최종 의석을 산출한 후, 득표를 많이 받은 의원의 순서대로 의석을 배분한다.

3. 안분표란?

비례대표 의원이나 지역구 의원을 선출할 때 일본 특유의 이상한 선거 제도가 사용되기도 한다. 악명 높은 "석패율 제도"(아쉽게 패배한 지역구 의원들을 비례대표로 당선시켜주는 제도)는 참의원 의원 선거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안분표"라는 제도는 사용된다. 일본은 칸에다가 도장을 찍는 한국과는 달리, 후보자의 이름을 연필로 적어서 낸다. 히라가나를 써도 상관없고, 그림을 그리든 한자를 쓰든 별명을 쓰든 상관이 없다. 특정 후보자를 찍었다는 것이 확실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후보를 찍었는지 모르는 경우이다. 예를 들자면, 한 선거구에서 나카무라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2명 출마했는데, 성이나 당명 없이 그냥 "나카무라"라고 썼다면 이 표가 누구의 표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제도가 안분표 제도이다.

나카무라 A를 찍은 사람이 40명, 나카무라 B를 찍은 사람이 35명이고, 그냥 나카무라라고만 써서 안분표가 된 표가 25표라고 치자. 유효표인 75표중, 나카무라 A는 53% 정도를 득표했으므로, 이 값을 25표에 곱한다. 그러면 나카무라 A 후보는 총 13.333333... 표의 안분표를 얻게 된다. 반면 나카무라 B 후보는 유효표의 47%를 득표했으므로 11.66666... 표의 안분표를 득표한다. 그리고 이 안분표를 유효표와 합친 것이 실제 결과로 반영된다. 이것은 정당 명을 헷갈리게 쓴(가령 국민민주당과 입헌민주당이 출마한 상태에서 "민(民)"이라고만 쓴 경우) 경우도 해당된다.

그래서 역발상으로 선거마다 안분표를 일으키게끔 특정 후보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후보를 출마시키는 경우가 있다. 2020년 4월 시즈오카현 제4구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야권(민주당, 공산당, 사민당)의 단일후보로 출마한 타나카 켄(田中健)을 낙마시키기 위해 군소 정당인 NHK당에서 한자는 물론 읽는 법까지 똑같은 사람을 출마시킨 것이다.

4. 2022년 제26회 참의원 의원 통상선거현황

간단하게 정리한 일본 정당 표. 일본 정당은 이념이나 사상, 정책 위주로 뭉친 것이 아니라서 개별 의원들의 성향은 이것과는 다를 수 있다.
간단하게 정리한 일본 정당 표. 일본 정당은 이념이나 사상, 정책 위주로 뭉친 것이 아니라서 개별 의원들의 성향은 이것과는 다를 수 있다.

 

4-1. 집권 자유민주당의 상황

사진 속 구호는 "새로운 시대를 여러분과 함께"라는 뜻이다. 사진 속 인물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사진 속 구호는 "새로운 시대를 여러분과 함께"라는 뜻이다. 사진 속 인물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자유민주당은 참의원 의원 선거를 앞두고 혁신적인 정책이나 행보를 보이기보다는, 2021년 총선에서 나타난 고정된 자민당 지지층을 굳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50~60%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큰 변수가 없다면, 자유민주당은 이번 참의원 통상 선거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4월 기준으로 정당 지지율 역시 자민당 43%, 유신회 17%, 민주당 13%로 안정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의 총선에서는 전반적으로 신구의 당락이 뚜렷하게 갈라졌다. 옛 인물들을 비교적 많이 낙선한 반면, 신인들은 많이 당선되었다. 자유민주당에서도 상당수의 중진 의원들이 낙선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명당과 자유민주당에서는 신인 인사들을 거의 공천하지 않았다. 이는 자민당 내에서 지난번 총선만큼의 표만 나와도 안정적으로 정권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자유민주당의 형제격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공명당과 자유민주당이 현재 공천 관련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사안은 아닌듯하다.

4-2. 야권의 상황

 

입헌민주당의 포스터. 사진 속 인물은 이즈미 켄타 민주당 대표이며, 구호는 "생활 안전 보장"이라는 뜻이다.
입헌민주당의 포스터. 사진 속 인물은 이즈미 켄타 민주당 대표이며, 구호는 "생활 안전 보장"이라는 뜻이다.

 

야권의 상황은 우리나라 2015년의 새정치민주연합보다도 안 좋다고 보면 된다. 새롭다고 할 수 있는 정책이나 어젠다는 실종 상태이며 하다못해 기시다 정권을 공격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 완벽한 직무유기의 상태에 있다.

​입헌민주당에서는 총선을 이끌었던 에다노 유키오가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대표직을 맡은 것은 보수 성향인 이즈미 켄타 의원이다. 현재 입헌민주당 내에서는 공산당이나 사민당과 선거 연대를 맺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로 나오고 있다. 공산당과 연합하면서 중도층의 표가 이탈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민주당이나 일본 유신회 같은 보수 성향의 야당과도 연합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입헌민주당내에서는 공산당과 협력하려는 분파와, 유신회 혹은 국민민주당과 협력하려는 분파가 대립하고 있어서 아무것도 안되는 상황이다. 유신회와 연합하려고 해도 당 내에서 난리가 나고, 공산당과 연합하려고 해도 난리가 나는 상황이라, 그냥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 개별 선거구에서 공산당과 민주당의 협력은 가능해 보이지만, 지난번 중의원 선거나 2019년 참의원 선거와 같은 대대적인 야권 단일 후보 선출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국민민주당은 최근 자유민주당으로 합류할 간을 보는듯하다. 국민민주당은 쉽게 말해 한국의 바른미래당 같은 정당이다. 민주당보다는 보수지만, 자민당보다는 진보인 중도 성향이다. 그러나 호소노 고시를 비롯한 몇몇 국민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자민당에 입당한 상황이고, 올해 연초 국민민주당이 자유민주당의 정부 예산안에 찬성 표를 던지면서 국민민주당이 자민당과 연대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슬슬 나오고 있다. 일단 국민민주당은 도쿄도 내에서 고이케 유리코 지사와 연대하여 도민 퍼스트회와 단일 후보를 내기로 했다. 같은 보수 성향 야당인 일본 유신회와도 협력을 도모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모양이다. 교토와 시즈오카에서 단일 후보를 냈다가 5월 2일 단일화가 깨지면서, 현재 유신회와 국민당의 선거 협력 여부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일본공산당이나 사회민주당과 같은 진보 계열 정당은 그야말로 지리멸렬 그 자체이다. 특히나 공산당은 지난번 중의원 의원 선거에서 너무나도 많은 체력을 소모한 나머지 이번 참의원 의원 선거를 앞두고 거의 아무것도 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주요 지지층이 무려 70대 이상인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층들이 점점 죽어서 없어지는 점도 거대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 참패가 예상된다. 사회민주당은 매 선거에서의 목표가 의석 확보가 아니라, 정당 존속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과연 정당 지위를 유지할 만한 득표를 할 수 있을지가 핵심적인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야권에서 주목할 만한 후보는 오사카에서 중의원 의원을 지내다가 이번에 비례대표 의원으로 참의원에 출마하는 쓰지모토 기요미 전 의원이다. 쓰지모토 의원은 사민당 출신으로서 입헌민주당의 대표적인 진보 계열 인사였다. 참의원에서의 보일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그 외에는 레이와 신센구미 소속으로 출마하는 야마모토 타로도 주목해 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안 좋아하는 정치인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나름 지지도가 높은 의원인 만큼 참의원에 가서도 잘하리라고 생각한다.

4-3. 캐스팅보트를 쥔 오사카 지역주의자들

의외로 이번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것은 오사카의 지역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일본 유신회라는 이름의 정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보면 극우파일 것 같지만, 실제 성향은 상당히 중도적이고 실용적이라는 평가이다. 현 오사카 시장인 마쓰이 이치로나 오사카 부지사 요시무라 히로후미에 대한 신임이 상당한 편이다. 오사카 내에서 지지율이 높은 편이고, 이를 넘어 소위 말하는 케이한신(오사카, 고베, 교토)이라 불리는 일본 관서 지역 내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2021년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 유신회는 무려 41석에 달하는 의석을 쓸어 담았다. 오사카에서는 공천을 안한 4개 지역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구에서 이겼고, 일본 관서 지역의 비례대표에서도 자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비단 관서 지역뿐만 아니라 관동이나 도호쿠, 홋카이도같이 오사카와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지역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표를 모았다. 자민당의 방역에 실망했지만, 민주당이 무능해서 표를 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전부 다 유신회에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유신회의 지지율은 민주당을 추월한 상태이다. 4월 기준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14%인 반면 유신회는 17%이다. 관서 지역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참의원 선거의 핵심은 유신회가 민주당과 대비했을 때 얼마나 많은 표를 얻냐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민주당 역시 유신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유신회를 야권 쪽으로 회유하기 위하여 보수화 노선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자민당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

 자민당의 유능함, 야당의 무능함

한국 언론들이 전반적으로 해외 뉴스에 무관심한 편이긴 하지만 일본에 관해서는 이런 경향이 너무 심하다. 너무 한국 중심으로만 보도를 한다. 일본인들이 멍청해서 자민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너무 멍청한 짓만 골라서 하기 때문에 자민당을 지지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자민당이 극우, 민주당이 중도좌파로 인식되지만, 실제 일본 내에서의 인식은 자민당이 진보, 공산당과 민주당이 보수이다.

스가 내각 하에서 논의된 도장 추방 운동을 예시로 들어보자. 한국에서는 자민당이 도장 추방 운동을 반대한다는 식의 보도를 했지만, 실상은 이 도장 추방 운동에 반대한 자민당 의원들은 극소수였고, 대다수의 자민당 의원들이 도장을 쫓아내고 정부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데 적극 찬성했다. 오히려 도장 추방 운동을 반대한 쪽은 공산당과 민주당이다. 특히 명색이 "혁신"(일본에서는 진보 좌파 정당들을 혁신 계열 정당이라고 한다) 계열 정당인 공산당에서는 도장의 추방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자민당을 마구 공격했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데 일본의 청년들이 공산당을 지지해 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이런 모습이 반복되니까, 이념상으로는 진보인데 투표장에서는 자민당에 투표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아베 신조의 외교관은 잘 모르겠고, 어쨌든 일본 내 관료주의를 척결하는 데에 있어서는 진심인 사람이니까 대충 진보인 것 같아서 지지하는 좌파 성향 유권자들이 엄청나게 많다. 기시다도 거의 경제 정책 관련 워딩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비슷하다.

​민주당 관련 뉴스를 보고 있으면 무슨 분열이 일어났네, 당권 싸움이 일어났네 밖에 없지만 자민당은 정책 관련 뉴스가 주로 나온다. 민주당은 싸움만 잘하는 반면 자민당은 그래도 국민을 위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모습을 아주아주아주 약간이라도 보여주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일본인이라면 당연히 자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언론에서 자꾸 민주당이 친한파인 것 마냥 가스라이팅을 해대는데 이것도 시정할 필요가 있다. 입헌민주당의 대한 외교관은 자민당과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나 와타나베 슈, 마쓰바라 진, 류 히로후미, 히라구치 가즈히로(입헌민주당 부대표다) 같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해하고, 위안부는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야권 의원들도 한 트럭이다. 하토야마 유키오같이 비교적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사실 내가 보기에 민주당은 무능해서 친한파처럼 보이는 것이지, 아마 유능했다면 자민당만큼 한국을 괴롭혔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어떻게 한국을 갈궈야 하는지 노하우가 없어서 친한파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미래가 안 보이는 일본의 참담한 실태

아무튼 자유민주당밖에 지지할 정당이 없는 것은 일본 사회의 비극이다. 자민당은 일본을 점진적으로 망치고 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개혁을 추구할 정당이 나와야 하는데 일본은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

​문제는 이런 점을 일본인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딱히 고칠 생각을 안 한다는 점이다. 일본 청년들은 자유민주당이 일본을 발전시킬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하지만 자민당이 일단 현상 유지를 시키기 때문에, 퇴보보다는 현상 유지가 낫다는 이유로 자민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변화에 능동적이어야 할 청년층들이 오히려 보수와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기괴한 모습이다.

​도대체 발전이 없는 현상 유지가 어떻게 현상 유지일 수 있겠는가? 남들은 다들 앞으로 걷고 있는데, 일본은 제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뒷걸음질 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곧 현상 유지"라고 착각을 한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대안 제시는 못하고 밥그릇 싸움에나 열심인 입헌민주당과 일본공산당, 그리고 답이 안 보이는 수구파 자유민주당에게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정치가 이런 수준이 된 것이 무엇 때문이겠는가? 바로 정부에 대한 감시 역할을 포기해버린 국민들 때문이다. 후쿠자와 유키치의 말을 빌리자면, 일본은 국가의 역사만 있지 국민의 역사는 없는 나라다.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를 해야 야당이 바뀌든 말든 하지, 20대 투표율이 20% 정도밖에 안 나오는 나라가 알아서 바뀔 거라고 생각하면 그건 정말 오산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 한국의 미래는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밝다고 할 수 있다. 최소한 국민들이 집권 정당을 여러 번 바꿔놓고 시위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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