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가 끝나면 보이는 대학

아주 오랫동안 관리를 하며 돌보던 학생이 있었다. 항상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잔소리를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학생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넌,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넌 잘 할 거야."라는 격려를 가장한 협박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엉덩이에 힘주고 시간만 늘리면 다른 학생들 만큼 좋은 성적을 받기도 하고, 욕심내고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 못해 뿌듯함까지 덤으로 받을 만큼 정이 가는 학생이었다. 코칭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나서 밀당을 제대로 하며 긴 시간을 함께 했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는 대입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을 갖고 스스로 찾아왔다. '진로'에 대한 고민보다 다른 친구들 만큼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자신을 바꾸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어떻게 해야 자신이 만족할 만큼 공부를 할 수 있을 지 뻔한 대답을 질문했다. 공부는 하기 싫은데 대학은 가고 싶고, 이왕이면 누구나 아는 '인서울' 대학을 가는 게 목표라고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이제 나에게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지 방법을 말해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넌, 할 수 있다고 말씀하지 마세요. 저는 그 말이 제일 싫어요. 할 수 있는데 현재는 못하고 있는 것이 제 탓이라는 거 잖아요." 라며 격려 같은 협박을 못하게 하는 서러움을 말했다. 혼자서 어지간히 속을 끓이다가 찾아 온 모양새가 안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고등학교 입학해서 중간고사 때 까지 였다. 중간고사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귀환을 하면서 공부는 뒤로 밀리게 됐다. 보통의 아이들 처럼 고3이 되는 겨울 방학 부터 발등이 뜨거워졌다. 밀린 공부를 밤새워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점수가 오르는 것에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판단으로 수시를 지원하고 경기권 대학에 합격을 했다. 대학에 합격을 하고 나니 입시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자신이 허무맹랑한 꿈을 갖고 말도 안되는핑계를 밥 먹듯이 했다는 고백을 했다. 인서울 대학 합격이 아닌 경기권 대학 합격 소식에 하늘을 날 것 처럼 행복했다며 이제부터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먼저 다짐하는 의젓함을 보였다. 아직은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이며 축제를 즐기는 여유까지 새내기 생활을 제법 잘 하고 있다.

'인서울'을 하지 못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믿었던 자신을 "철없던 고3"이라고 말하며 지금 부터 "자신을 위한 시간을 아끼지 않고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 활동, 동아리 활동, 좋아하는 운동, 풋풋한 연애, 성적과 상관 없이 배우고 싶은 공부 등, 수능과 무관한 여러가지를 해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 학교도 좋아요. 우리 학교도 좋은 학교 맞지요? 여기서 잘 해도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거 맞지요? 이 학교에서 잘 하고 싶어요." 라며 확인하는 목소리가 아직 떨리고 있었다. 

"너를 믿어라. 재미없는 국영수 탐구과목 말고, 네가 좋아서 하는 것은 뭐든 잘 할 수 있는 너를 믿어라. 긴 시간 너를 지켜본 내가 확신한다. 너는 네가 좋아서 하는 것은 정말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네가 있는 그 자리에서 얼마든지 너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다는 것을 믿어라."

입시를 위해 달리는 간절한 마음과 입시가 끝나면 그제서야 느끼게 되는 여유로 스무 살의 하루를 준비하는 설레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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