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에서 정의한 열정페이(熱情Pay) 입니다.

열정페이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줬다는 구실로 청년 구직자에게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주로 대기업 인턴이나 방송, 예·체능계에서 많이 나타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적게 줘도 된다는 관념으로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경험되니 적은 월급(혹은 무급)을 받아도 불만 가지지 마라,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라는 태도를 보일 때 이를 비꼬는 말이다. 이 말에는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 치달은 사회 분위기에 대한 냉소가 담겼다

열정페이라는 말의 기원은 한윤형 사회평론가, 최태섭칼럼니스트 김정근 e-스포츠 기자와 함께 쓴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 가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11년에 나왔는 데 지금은 절판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기업에게 나를 고용해 달라고 요구한다. 기업은 주판알을 튕겨 본 후, 당신을 고용하면 오히려 이윤이 줄어든다고 답한다. 당신은 기업의 ‘계산’을 넘어설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당신은 자신이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 ‘열정적인 인간’이라 주장한다.
(중략) 만약 당신이 자본가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그에게 고용되지 못할 것이다. 구직자들은 제각기 특별한 존재임을 주장해야 한다. 말하자면 ‘영웅’이나‘초인’이 되어야 한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34-35쪽

 

 이 열정의 시대에 우리는 ‘자발성의 의무’, ‘열정의 제도화’, ‘노동자의 경영자와’ 같은 형용 모순이 제도로 정립되고, 심지어 도덕으로 선포되는 광경을 보고 있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48쪽  

 

지난해 11월 미시간대학의 사회학자 에린 첵이 조금 더 점잖게 비슷한 책을 내놓았습니다. 같은 시기 애틀랜틱에 기고도 했습니다.

책은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으니 애틀랜틱의 기고를 옮김니다.

​ 애틀랜틱 2021년 11월 12일
​ 애틀랜틱 2021년 11월 12일

https://www.theatlantic.com/culture/archive/2021/11/danger-really-loving-your-job/620690/

 지난 30년 동안, 대학생들 그리고 대학 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진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열정의 원칙" 즉, 고용 안정이나 상당한 급여를 희생하더라도 해야 할 일을 성취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대학생, 졸업생, 진로 코치와의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 교육을 받은 근로자의 75% 이상이 열정이 진로 결정에 중요한 요소라고 믿고 있있고고 그들 중 67퍼센트는 직업 안정성, 높은 임금, 일과 삶의 균형보다 의미 있는 일을 우선시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생각을 믿는 사람들은 열정이 장시간 일하는 고된 일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열정을 따르는 것은 좋은 직업을 향한 길일 뿐만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한 열쇠라고 말하게 했습니다.

Over the past three decades, college students and college-educated workers have turned to what I call the “passion principle”—the prioritization of fulfilling work even at the expense of job security or a decent salary—as a road map for how to make decisions about their career. According to my research, which draws on surveys and interviews with college students, graduates, and career coaches, more than 75 percent of college-educated workers believe that passion is an important factor in career decision making. And 67 percent of them say they would prioritize meaningful work over job stability, high wages, and work-life balance. Believers in this idea trust that passion will inoculate them against the drudgery of working long hours on tasks that they have little personal connection to. For many, following their passion is not only a path to a good job; it is the key to a good life.

 

하지만, 저는 저의 새 책 "열정의 문제 : 직장에서 성취감을 찾는 것이 어떻게 불평등을 조장하는가? " 에서 논했듯이, 직업 결정에서 의미 있는 일을 우선시하는 것은 많은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지, 안정적이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직업에서 더 의미 있는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열정의 원칙은 실존적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화이트칼라 노동력 사무직 근로자의 일은 근로자들이 자아실현 프로젝트를 육성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의 주주들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유급 고용을 그들의 의미 있는 인생 여정의 중심에 두면, 그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고용주들과 세계 경제의 침체와 흐름에 자신의 통제권을 넘겨주는 셈이 됩니다.

 경력을 쌓기위한 일을 배워가는 지망생 또는 지친 근로자들에게 "자신의 꿈을 따르라"고 조언하는 것은 중산층의 꼭대기 그리고 그 위의 부유한 사람들만이 오직 가질 수 있는  금융 안전망과 소셜 네트워크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나는 사실은 노동자 계급의 대졸자들이 그들의 열정만을 추구할 때는 그들은 부유한 열정 추구자들보다 약 두 배가 넘는 비율로 나중에 더 불안정해지면서 청춘의 시기에 저임금의 일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말하자면 열정 원칙은  근로자들이 돈 받고 일하는 공간을 성취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버리는 것처럼 보이게 할 뿐입니다. 그러나 근로자 자신에게는 그런 열정의 원칙은 애초에 하고 있는고된 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많은 회사들그리고 고용주들은 오직 그들의 입장에서 노동자들의 열정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용주들은 그들의 직업이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들을 선호하는데, 바로 이런 열정적인 직원들이 종종 추가의 보상 없는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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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첵의 책은 진단은 있는 데 해법은 없습니다. 어쩌면 해법은 알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알아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때문에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생을 주로 만나죠. 순수하다기보다는 감정에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좋아하는 걸 못하게 하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싫은 걸 하라고 하면 죽을 것 같죠.

싫은 걸 참고하는 경우도 있고 시늉만 내는 경우도 있고 끝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부입니다.  이제 누가 공부를 사랑해라 공부에 열정을 쏟아라라고 이야기하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꼰대라는 생각이 들죠

공부나 군대나 그렇게 힘든 일, 싫은 일도 하루 지나고, 한 달 지나고, 일 년 지나고 돌아보면 그냥 추억만 되고 맙니다. 이런 게 세상 살아가는 이치일 것입니다

우리의 삶속에서는 당시에는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은 데 지나고 나면 기억도 희미해지는 별일 아닌 일이 있습니다. 마치 북소리처럼 사그러드는 것이죠

그래서 북소리가 나면 당장 시끄러워도 그런  반응에 사로잡히지는 않습니다. 소리는 멈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열정이라고 해도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자연이라는 말은 참 희한한 뜻인데 그냥  스스로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목적이 없다는 것이죠  이걸 자연스럽다라고 합니다.

인생은 뜻대로 안 되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죠.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구요

내 뜻대로 내 인생을 살 수 없으니 내 뜻을 갖고 남의 인생을 도와주고 사는 것 아닐까요?   내 욕구를 절제할 때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내 성질을 자제할 때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나만 옳다고 하지 않을 때 시비 분별이 없어집니다

열정이 아니고 목적이 이끄는 것이 아니고  세상의  수많은 일들은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꽃이 피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처럼 원해서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할 뿐입니다. 열 번을 원했는데 열 번이 다 될 때도 있고, 열 번을 원했는데 열 번 다 안 될 때도 있어요. 기도했다고 안 될일이 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스스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열번이 다 되었다고 앞으로 열번이 또 다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평균회귀의 법칙에 따르면 이제부터는 안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고등학생의 30~40%가 뜻대로 안 되어서 재수를 합니다. 이제는 재수를 굉장한 일로 치지도 않지만 학생의 입장에 따라서는 분명 힘든 일입니다. 그렇지만 지나가는 일이죠!  에린 첵이 당신의 일을 사랑하지 마세요에 대한 답을 조금 드립니다.

당신을 사랑하세요 당신의 일이 아니고 당신의 욕심이 아니고 그냥 그대로의 당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만큼만 열심히 하는 당신을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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