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편혜영 김초엽 배명훈 김중혁  설마 이 작가들을 한명도 모르시지는 않죠

마치 올스타전하듯이 작가들이 모여서 내놓은 책이 놀이터는 24시입니다.

얼마전 친한 책동지가 자신이 속한 독서회 맴버 일부가 수개월동안 오디오북을 듣고 독서회에 참여했다는 사실과 그들이 책을 눈으로 읽는 방식을 고수하는것은 고루한 방식이라는 식의 말을 하며 은근히 자기를 조롱했다는 말을 하면서 분개했습니다.  저 또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디오북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죠.

순간적으로 제가 속한 독서회의 맴버들을 떠올리기도 했는 데 에이 설마하면서 이내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독서회' 씩이나 참여하는 수고를 하면서 책은 오디오북이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죠. 아무리 4차산업혁명이라고 해도

 

놀이터는 24시 속의 장강명 작가는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쓴 소설은 자신의 글 같지 않았으며 글자들이 나를 이용해 나왔지만 자신은 '그 문장들로 부터 소외되었다'고 말합니다.
예전에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도래할 미래를 그린 SF영화들이 인간보다 뛰어난 로봇이나 AI들에 의해 오랜시간 유지되었던 인간 사회 질서가 무너지는 디스토피아적 세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그렸다면, 이제 진짜 코앞에 (어쩌면 이미 현실) 다가온 미래를 그리는 영화나 소설들에서는 과학 기술과 인간의 불가분의 관계에서 인류 문명이 전유하고 향유했던 고유한 가치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진것이라 하겠습니다.

 

조창훈의 pick

스톱워치로 매일 집필 시간을 잰 뒤 엑셀에 정리하는 장강명 작가에게 근원적 물음이라는 것은 장기하 가수에게 트로트 부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은데요

"산자들 " 소설 을 펴내고 경향과 인터뷰한 장강명 사진 2019년
"산자들 " 소설 을 펴내고 경향과 인터뷰한 장강명 사진 2019년

 

장강명의 헤어밴드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  --놀이터는 24시에서 입니다.

퇴고할때 도무지 효과가 발휘되지 않는다는게 헤어밴드의 단점이었다.새로운 문장을 쓰는것은 즐거웠지만, 이미 쓴 문장을 고치는 것은 따분했다. 생각이 문장 단위에 초점이 맞추어지다 보니 장기적인 설계를 할 수 없다는 게 헤어밴드의 또 다른 단점이었다. 의식의 흐름 기법대로 글을 쓰는 소설가에게 최적으 장비였다. 그런데 나는 그런 소설가가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원고를 고치지 않고, 흠결을 아는 상태에서 출판사로 보냈다.p.148

당연한 일이지만 책이 잘 팔리지는 않았다. 평가도 애매했다. 그래도 나느 그런 것까지 내다본 것처럼, 그걸 감수하는 것처럼 굴었다. 하긴, 그렇게 될거라 예견하긴 했다.p.149

어쨌든 나는 패배하지 않은 척 했고 그렇게 자존심을 지켰다.p.150

한동안은 헤어밴드를 쓰고 수백 문장을 쓰고, 헤어밴드를 벗고 나서 그 문장들을 지우는 일을 반복했다. 문장보다 더 큰 단위를 구상하는데 있어서 헤어밴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헤어밴드를 쓰고 있을 때에는 다음 문단조차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p.151

 기만과 허세가 쌓일수록 나는 폭로의 공포에 시달렸다.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쓴 소설은 내가 쓴 글 같지 않았다. 글자들이 나를 이용해서 나왔으며, 내가 그 문장들로부터 소외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군가, 언젠가 그 사실을 알아내리라 생각했다. 그는 외칠 것이다. "장강명은 '진짜 삶에 가까운 소설'을 쓰고 싶었던 게 아냐! 그냥 글이 잘 써지는 기계를 사용했던 것일 뿐이야~ 이 글들은 다 가짜야!"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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