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소설을 읽는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아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목적을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소설을 읽으면서 꾸준히 나, 더 크게는 인간의 허위적이고 기만적 혹은 자기 중심성을 견제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끌어올려 삶에 대한 납득과 적응을 용이하게 하고자 합니다. 


전통심리학은 인간의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긍정적 방향으로 바뀔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했다면, 요즘의 심리학은 인간 행동의 좋은점을 더 향상시키는 긍정심리학에 더 기울어져 있습니다. 인간의 긍정적 정서는 부정적 정서를 상쇄시키고,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레퍼토리를 확장시켜 탄력성과 대처능력을 향상킨다는 것인다는 것이죠.  하면 된다와는 다른 것인가요?

글쎄요..  이런 긍정심리학이 산업의 영역에 편입되어서 다양하게 변주,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눈치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남편은 판정작업을 하니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를 더 많이 생산합니다. 남편의 판정작업으로 인해 낙담하시는 학부모를 옆에서 많이 지켜보게 됩니다.

이제 곧 나의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도 예민하게 주시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아직은  긍정의 힘을 믿고 싶어서인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작가는 유도라 웰티(1909-2001) Eudora Welty 입니다.

미국의 단편소설가인데 윌리엄 포크너, 테네시 윌리엄스와 함께 미국 남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퓰리처상, 오 헨리 문학상, 전미도서상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쓴 작가입니다.  그런데 가장 베스트셀러는 유도라 웰티가 1983년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한 세 개의 강의를 묶은 강의록인 동시에 유도라 웰티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회고록 『작가의 시작』입니다.  사실 회고록인데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나열하는 기존의 회고록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의 단편집 속에서 늙은 마블홀씨를 골랐습니다.

현대문학에서 2019년에 펴낸 세계문학 단편선 안에 있는 내용입니다.

몇 줄만 옮겨보겠습니다.

늙은 마블홀씨는 하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예순 살이 되어서야 처음 결혼을 했다. 그가 산책을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잘보면 늙은이들이 스스로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 것이다. 보호막을 잔뜩 세우고 구부정하게 음모자처럼 걷는 거하며, 길모퉁이에 한참을 서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조급해하는데, 마치 원하는 대로 아무 데든 갈 수 있도록 차량들이 그들을 알아보거나 말을 세우거나 차 브레이크를 밟기를 기대하는 것만 같다. 마블홀 씨가 딱 그렇다.p.181

 마블홀 부부에게 아들이 있다니! 둘 다 무척 나이가 들어서야 이 놀랍고 매력적인 어린 아들을 낳았다.그 아들이 지금 여섯 살이다. 가까이 보면 원숭이 인상이면서 아주 예리해보인다. 숱이 적은 동양인 머리에 작고 하얀 치아와 길고 쪼글쪼글한 손가락을 지녔다. 매일 비싼 옷을 느릿느릿 입고 가톨릭 학교에 간다.p.184

어쩌면 그보다 다행스럽게 마블홀 씨가 직접 자신의 이중생활을 털어놓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완전히 다른 두 가족과 함께 완전히 다른 두 인생을 살았는지를 말이다. 얼마나 놀랍고 믿기 힘든, 짜릿한 고백이 될 것이며, 두 부인은 얼마나 기함을 하고 쓰러지고 두 아들은 민망함에 몸을 움츠리겠는가! 예순 여섯 먹은 대부분 남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마블홀 씨가 그런 생각을 한다.p.191

그가 한 일은 이러하다. 너무나 두드러지게 기만적으로 이중의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점점 깊이 아래로 떨어지며 어떤 명예로운 결말, 엄청나게 폭발하는 폭로.... 미래를 상상한 것이다.p.192

늙은 마블홀 씨! 어쩌면 그는 아직도 몇년은 더 살면서 깃 없는 전구 불 아래 자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가슴은 두방망이질 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늙은 눈을 무섭게 부릅뜬 채 사람들이 자신의 이중생활을 알게 되면 놀라 숨이 멎을 거라고 상상할지도 모른다.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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