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칼부림 대한민국이 재난의 나라인 증거
신림동 칼부림 대한민국이 재난의 나라인 증거

재난의 일상화, 위험사회의 저자 율리히 벡이 예언했던 21세기 세상은 마치 영화 버드 박스의 한 장면처럼 재난과 재앙의 연속 속에서 존재 이유를 찾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지 않는다, 악마는 꼴찌부터 잡아 먹지 않는다는 책 제목처럼 우리는 제목에 악마가 들어가는 책들이 더 익숙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쇼킹했던 신림동 칼부림 사건은 총기 소유가 금지된 한국에서는 어느 곳에 살든 언제든 칼빵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올 해 최고로 끔찍한 뉴스였습니다. SNS에서 급격히 퍼진 동영상을 보면 마치 판소리 꾼이 뒷짐 지고 걸어가듯 조용히 성인 남성 곁으로 가서 칼부림을 해대니 마동석 굽 워리어 아니면 어떻게 피하겠습니까? 이 사건 만큼 누구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 또한 없겠죠.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의 저자이며 하버드 케네디 스쿨 교수인 줄리엣 카이엠은 현대 사회=재난+위기+재앙으로 규정합니다. 복합 위기 사회죠. 재앙이 악마고 악마가 재앙입니다.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칼부림을 당한 남성 4인과 이를 지켜보던 시민 그리고 유튜브로 이를 간접 체험한 모든 이에게 재난을 넘어 재앙입니다. 이쯤 되면 사형제 부활 여론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사실 유럽국가 때문애 현 정부가 사형제 부활할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그래서 인기 유튜버 런던 고라니는 재발 유럽국가가 말로만 인권 운운하지 말고 한국에서 사형수 데려다가 군인으로 고용하든 아니면 영국 여왕 근위병으로 쓰든 행동하라고 말하는 거죠.)사람들은 더욱 불신하게 되고 어쩌면 복대를 하고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도 등장할지 모릅니다. 갑옷이라도 있으면 날씨만 덥지 않으면 입고 싶은 심정이죠.

하머드대 케네디 스쿨 교구 줄리엣  카이엠의 역작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하머드대 케네디 스쿨 교구 줄리엣 카이엠의 역작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그런데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에서 현대인이 재난과 운명 공동체가 된 이유를 역설적으로 설명합니다. 그건 준비의 역설 때문이라는 거죠. 준비하면 안 일어나고 안 일어나면 예산 낭비라면서 경찰력이나 재난 관련 공무원 수를 줄이라고 하는 게 여론입니다. 준비하다 중간에 재정지원을 끊으면 다시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현대 사회의 특징이라는 겁니다. 이런 희대의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면 꽤 오래 지속되겠지만 냄비의 나라 대한민국은 또 잊을 겁니다. 그러니 저자의 말대로 위험은 모습을 바꿔 찾아오고 재난은 반드시 다시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저자는9·11 사태부터 팬데믹까지 수십 년간 비상사태에 시달려 오 미국 독자를 위해 이 책을 썼지만 실은 우리처럼 기본적 생존도 알아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나라에 이 책은 더 어울립니다. 면접 때 신림동 칼부림 사건을 물어보는 교수님은 많지 않겠지만 행정학과 사회복지학과 경제학과 사회학과 등 사회과학대 지원자들은 현대 사회를 재난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나름의 대용책을 제시한 이 책을 읽어두면 면접 특히 제시문 기반의 심층면접에서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사형제 폐지는 언제나 뜨거운 주제였고 올 해는 더욱 더 뜨거워질 것이기에 학샐부에 진로 희망으로 법조인을 쓴 학생들이라면 이런 백주대낮의 칼부림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사형제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형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면 나는 사이고지만 괜찮아라고 머리에 주홍글씨를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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