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아케치 미쓰히데는 배신의 아이콘, 김재규의 역사적 평가는 무엇인가?
일본에서 아케치 미쓰히데는 배신의 아이콘, 김재규의 역사적 평가는 무엇인가?

1026일이면 노래와 영화 그 때 그 사람이 떠오르죠. 박정희 전 대통령. 여전히 나이 드신 분들과 보수 진영에서는 존경 받고 사랑 받는 영원한 대통령입니다. 그리고 진보 정권도 문재인 정부 때부터 비판의 강도가 많이 약해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더 이상 정치적으로 걱정할 적수가 아니고 이제는 죽은, 그야말로 역사의 몫이라고 진보 진영이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세대 경제학과 한순구 교수가 게임이론으로 역사를 쉽게 풀어 쓴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라는 책은 역사에서 패자가 된 인물들의 패인을 게임이론으로 설명한 독특한 책입니다. 책에 보면 무로마치 시대 100년 동안 분열됐던 일본을 통일시킨 오다 노부나가를 박정희 대통령과 비유한 점이 특이로왔습니다.

어떤 점에서 비슷할까요? 죽음과 그 이후입니다. 오다 노부나가에게는 오른 팔과 왼 팔이 있었으니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아케치 미쓰히데죠. 마치 박정희 대통령에게 차지철과 김재규가 있었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안 좋았는지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보신 분들 그 전에 드라마 제 5공화국을 보신 분들이라면 다 알 겁니다. 아케치도 오다 노부나가의 신발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역할에서 갑자기 치고 올라 2인자가 된 히데요시를 경멸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공통점 둘 다 충복들에게 죽었다는 점이죠. 아케치가 바로 천하를 제패한 오다 노부나가를 혼노지에서 죽인 사람입니다. 일본인들이 특히 싫어하는 배신의 아이콘이 된 셈이죠. 오다 노부나가는 아케치의 변심을 전혀 모른 채 자신의 아들(유일했을 겁니다.)을 혼노지에 같이 데리고 가 함께 죽었습니다. 대가 끊긴 거죠. 그리고 아케치를 공격해 죽인 인물이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입니다. 아케치가 김재규라면 히데요시는 전두환에 비유할 수 있겠죠.

아케치 미쓰히데는 정말 권력 찬탈을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오다 노부나가를 죽였을까?
아케치 미쓰히데는 정말 권력 찬탈을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오다 노부나가를 죽였을까?

 

실제 아케치가 혼노지의 변을 일으킨 이유도 히데요시 때문입니다. 고귀한 가문 출신이고 교양인을 스스로 자인했던 아케치가 히데요시를 도와 이번 기회에 히데요시의 부하가 되라는 명령은 지킬 수가 없었죠. 그래서 그는 군대를 혼노지로 돌려 소수 병력으로 휴가를 보내던 오다 노부나가 부자를 죽인 겁니다.

오다 노부나가를 게임이론으로 빗대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어려운 시절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지들이 마침내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야말로 적으로 돌변하기 쉬울 때라는 거죠. 따라서 성공했다고 마냥 좋아해서는 안 되고 자신의 수많은 부하 중에서 누구라도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돌발 사태를 대비할 수 있었어야 한다는 게 한순구 교수의 지적입니다.

아케치 미쓰히데와 김재규는 구글에서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일본어를 네이티브로 하는 김재규가 아케치에 대해서 잘 알았음은 틀림없는 사실일 거고요, 자신은 거사를 하되 아케치나 브루투스처럼 당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을 겁니다만 거사 후 그가 보인 여러 행동을 보면 갈팡질팡하고 우왕좌왕했다는 점에서 거사는 권력자가 되기 위한 치밀한 음모의 결과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케치도 치밀한 계산과 부하들을 설득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당연히 히데요시를 도우러 떠날 줄 알았던 부하들에게 데끼와 혼노지니 아루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말을 했다는 뜻은 아케치의 군대도 아케치의 생각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죠.

역사에 만일은 필요 없는 가정이라지만 김재규가 1026의 그날을 평화롭게 보냈다면 대한민국과 김재규의 미래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부산과 마산을 필두로 전국에서 시위가 일어나 계엄이 벌어지고 어쩌면 대한민국이 대학살과 이를 거부하는 일부 군인들과 내전으로 동강났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등으로 박정희 대통령과 손절해서 박정희 대통령을 제 2의 이승만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군사독재는 빨리 끝나고 민주화 된 나라에서 박정희도 결국은 이승만처럼 우리에게 완전히 잊힌 인물이 되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 어쩌면 전두환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도 한국은 플라자 협의 때문에 반도체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아마 선진국이 되었을 겁니다. 그것도 좀 더 일찍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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