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임창환 교수의 뉴럴 링크
한양대 임창환 교수의 뉴럴 링크

흔히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줄임말로 쓰이는 BCI 기술은 일론 머스크가 뉴럴링크를 설립한 2017년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를 계기로 유명해졌을 뿐이죠. 서울대 진기정보공학부를 나와 이 연구에서 세계 최고의 대가 닐스 비르하우머 교수가 만든 미네소타대학교 연구원을 거친 뒤 현재는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로 있는 안창환 교수가 국내 최초로 BCI를 연구한 주인공입니다. 안창환 교수는 이미 안될 과학, 삼프로TV 등에 출연해 BCI 기술과 일론 머스크의 생각을 쉽게 설명해서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번에 동아시아에서 첫 책 뉴럴 링크가 출간됐습니다.

BCI 기술은 누가 주도해야 할까요? 의대? 전기공학? 컴퓨터공학? 심리학? 전자공학? 모두 맞습니다. 뇌과학이 의대만의 고유 영역이 아닌 대표적인 융복합 학문인 것처럼 BCI 기술을 잉태한 뇌공학 역시 여러 학문이 손을 잡아야 하는 융복합 학문입니다. 생기부에서 이 주제를 발견하면 이들 교수들이 모두 반가워하겠지만 그래도 아마 의대교수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일 겁니다. 특히 인공지능 4차산업혁명을 의학에 접목시키는 데 가장 관심이 많은 울산대 의대 교수님들이 궁금해 할 소재입니다.

내용이 쉽지는 않습니다. 사실 사진과 동영상으로 함께 보는 유튜브가 BCI 기술은 이해하기 더 좋은 매체죠. 저자는 육체에 갇힌 영혼과 소통하기라는 비유를 통해 이 기술을 쉽게 설명합니다. 즉 이 기술은 루게릭 병 환자들과 가족들의 소원, 서로 소통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게 존재의 이유인 셈입니다.

암이나 당뇨 치매까지는 아니지만 의대 생기부에 루게릭 병이 자주 등장하죠. 일론 머스크의 뉴럴 링크 때문에 더 관심이 증폭된 것 같은데 실제 전 세계에 루게릭병 환자는 얼마나 될까요? 30만 명입니다. 그리고 호킹처럼 손가락 한 두 개만 쓸 수 있는 중증은 15천 명입니다. 너무 적죠, 제 생각에는 뉴럴링크의 원리나 BCI 기술의 역사를 생기부에 쓰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 루게릭병 환자를 만나 본 경험을 쓰면서 그들에게 앞으로 필요한 의공학 기술은 이것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쓰는 게 낫습니다.

책에는 뉴럴 링크 외에도 BCI 기술에 도전한 수많은 뇌공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BCI 기술의 출발은 UCLA의 자크 비달교수지만 이를 폭발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은 수학자에서 뇌공학자와 신경외과 의사로 변신한 호세 세군도 UCLA 교수입니다. 두 사람이 만나 뇌와 컴퓨터의 본격적인 합체의 시도가 시작된 거죠. 이미 이들이 구상한 BCI 기술은 뉴럴링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뇌파를 컴퓨터로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하는 길을 찾는 거죠. 70년대부터 시작했으니 역사가 이제 50년이 넘은 셈입니다. 후두엽에 위치한 시각 중추를 자극해 활성회되는 부분과 실제 그 사람이 보는 부분을 비교해 일종에 뇌 지도를 만드는 거죠,

머스크의 뉴럴 링크는 어떤 점에서 특이로울까요? 바로 실입니다. 뉴럴 레이스라는 액체 그물망 형태의 저극을 머릿 속에 삽입해 뇌 활동을 정밀하게 읽어 들이고 궁극적으로는 영화 매트릭스처럼 지식과 정보를 뇌에 주입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포부입니다. 이 신경 실은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 불과한 4~6 마이크로미터 굵기의 가느다란 실에 32개의 전극을 코팅한 두 이 실을 외 표면에 바느질하듯이 박아 넣겠다는 개념입니다. 여하튼 두개골에 작지만 구멍이 뚫리는 것은 분명하죠.

현재 뉴럴링크의 가치는 십조 원이 넘고 뉴럴링크와 라이벌 기업인 커넬은 3000억 원을 투자받을 정도로 이 분야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자는 BCI 기술의 미래에 대해 가까운 미래에 장애인에게 의사소통능력을 되찾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인지증강기술은 더욱 더 발전해 지금까지의 교육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교육이 필요한 세상이 온다는 데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다만 그 미래가 2030년 이내에 올 거라는 전망에는 가능성 0로 답합니다. 그보다는 조금 더 걸리겠죠. 안 교수는 스티븐 호킹이 말한 다음의 문장을 인용하며 끝을 맺습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지능에 기여하도록 뇌와 컴퓨터 사이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최대한 빨리 개발해야 한다.”

결국 뉴럴링크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에 맞춰 비슷한 페이스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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