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틴전시 플랜이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계획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컨틴전시(contingency)란 ‘우연한 사건’ 또는 ‘우발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말인데 돌발적인 사태나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비상계획입니다. 민방위 훈련도 대표적인 가상대응전략 연습입니다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은 최근 10년동안 세 번의 출제오류로 평가원장이 사퇴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수능시험 직후 생명과학II 문제오류 이의제기는 바로 시작되었으니 적어도 보름이상 여러 상황에 대비한 대응방안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후속 대입 일정을 대교협, 대학 등과 10일 협의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협의는 법원에서 인용될 경우를 대비해서 성적 발표전에 했어야 했고 두 가지 시나리오별 대응을 9일 기자 브리핑에서 평가원장이 말해야 되었습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현재 진행 중인 생명과학Ⅱ 20번 정답 결정 취소소송이 신속하게 진행돼 후속 대입전형 일정에 차질이 없기를 기대한다" 와 같은 강 건너 불구경 관상비평을 내놓으면 안 될 때입니다.

 

◇수능 도입 이래 '정답 결정' 보류 처음…2014학년도에는 집행정지 기각

1994학년도부터 수능이 도입된 후 정답 결정이 보류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출제 오류로 결론이 난 2014학년도 수능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의 경우는 
당시에도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을 동시에 제기했지만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1심에서도 수험생들이 패소했다가 1년 뒤 2심에서 승소한 것입니다. 법원은 판례중심입니다. 이미 8년전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될 상황을 준비했어야 합니다.
법원은 지난한 소송이 이뤄진 1년여 뒤인 2014년 10월 2심에서야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교육부와 평가원이 상고를 포기하고 출제 오류를 인정했습니다. 평가원장은 사퇴를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오답노트 만들고 복습하라고 말하는 경우는 이런 케이스입니다.
왜 평가원은 공부를 안하는 걸까요 ?



◇성적 바뀌면 '수능 최저' 충족 여부도 달라질 수도

생명과학Ⅱ 성적 통지가 보류되면서 당장 오는 16일까지로 예정된 수시 합격자 발표에도 혼란이 생깁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경우에는 수시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한 명이라도 추후에 등급이 바뀔 수 있다면 생명과학Ⅱ 성적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입학처가 공연히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할 것입니다.

 생명과학Ⅱ 응시자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과 의대를 지망하는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다수 있습니다. 애초에 출제오류 논란의 낌새가 있을 때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평가원이 알았어야 했습니다. 과거 물리 II 출제오류 때도 적은 숫자의 학생이었지만 상당한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2014 수능 세계지리 출제오류 어떻게 진행됬나 ?

2013년 12월16일 1심 재판부는 출제 오류가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질문이 다소 애매하긴 하나,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풀 수 없을 정도는 아니며, 문제 자체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뒤집혔습니다. 이번 정답취소 소송도 14년 항소심의 판례를 따를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2014년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7부는 세계지리 8번문항에 정답이 없다며 원고(수험생)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2심 재판부는 수능은 객관적 사실의 옳고 그름 여부를 묻는 시험으로 출제의도에 의해 정답으로 예정된 답안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생명과학 문제의 객관적 사실은 자명합니다. 개체수는 마이너스가 나오지 않습니다.


2014년 뒤늦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자 교육부와 평가원은 협의 끝에 상고를 포기하고, 세계지리 8번문항을 모두 정답으로 처리하기로 2014년 11월20일 결정합니다. 수능 출제오류가 발생한지 1년여 뒤였습니다. 이 구제조치로 8번문항에서 오답이 나왔던 수험생들은 재산정된 표준점수, 백분위를 받게 되었는 데  총 1만8884명의 성적을 재산정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9073명이 한 등급씩 오른 성적표를 받게 되었고 대학들도 변경된 성적을 기준으로 다시금 입학사정을 실시, 바뀐 성적을 적용했을 때 합격권에 든 학생들을 전부 추가합격시켜서 4년제대학 430명, 전문대 203명 등 총 633명의 추가합격자가 나왔습니다. 

역사의 교훈이라는 것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평가원 '안일 대응' ..법원 "신속하게 심리해 일정 지장 최소화"

평가원의 안일한 대응은 수장인 평가원장의 책임이 커 보입니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어제 오전 2022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다른 변수가 생기더라도 (정해진 대입) 일정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각오에 불과해서  수능 성적 통지가 중지될 경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묻는 말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당사자는 이런 식의 논평문 비슷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이제 법원만이 수험생 혼란 방지를 위해 본안 소송을 빠르게 매듭짓는 책임을 지게 되었는 데 그렇다면 출제오류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통상적으로는 본안 소송 접수부터 1심 판결까지 짧아도 수개월이 걸립니다.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이번달 30일부터입니다. 재판부가 대입 일정이 시작되기전에 판결을 내리려면 오늘 열리는 첫 기일에 변론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선고 기일을 지정해야 합니다.
출제자의 책임을 넓게 본  14년 결과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대목입니다.

정답결정처분 취소 본안 소송은 오늘 오후 3시에 첫 재판입니다.

김정선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선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작권자 © 괜찮은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