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선생은 가수가 아니고 사회심리학자로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라는 유명한 책을 쓰신 분입니다. 동아사이언스에 꾸준히 칼럼을 쓰고 과거에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박 선생님의 글 두 편을 바탕으로 제목을 제가 달고 제목에 맞게 편집 수정도 했습니다.

  목표가 높습니다.  그래서 힘든 것입니다.

'새해 목표를 내팽개치는 날(Ditch new year’s resolution day)'이 필요합니다.

 ‘시작’이라는 개념은 사람의 마음에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바람만 잔뜩 불어넣기도 하죠

예컨대 학생들의 경우 학기 초에 성적에 대한 기대치를 물으면 과거 자신의 등급보다 1등급은 높습니다. 그렇게 받을 거라고 자신하죠. 그러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조금만 좋아도 좋을 것 같다고 하고 기말이 되면 지난 학기보다 나쁘지 않아 다행이라고 응답합니다. 시작점에서는 꿈을 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을 바라보는 식입니다. 거울나라의 앨리스처럼 지금은 두배로 뛰어야 제 자리이니 시작이라는 말이 주는 감성에 취해 정해놓은  목표는 현실보다 꿈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대한 새해 목표를 만드는 것은 쓸데없는 실패를 굳이 더 늘리는 정도의 의미 밖에 없으므로 도움이 되긴 커녕 방해가 된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특히 열심히 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성과에만 집착할 수록 결과지를 받으면 “또 망쳤어.  내가 그럼 그렇지. 어차피 안 될 거야” 등 첫 목표 위반을 존재적 실패로 과대해석하며 자책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작은 미끄러짐에 지금까지의 노력이 다 낭비였다는 둥 과격한 해석을 붙여 버리면 그 일을 아예 외면해버리는 행동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100권 읽기 달성에 실패했어도 여전히 5권이라도 읽는 것이 0권보다는 나을 텐데 아예 책 읽기를 중단하거나 5kg이 아니라 0.5kg 밖에 안 줄었다고 체중 감량을 아예 포기하는 등 하기로 마음 먹었던 일을 되려 적극적으로 외면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죠.

 성취감을 느끼기 전에 반복적인 실패 경험을 통해 어떤 일을 어렵고 쓰기만 한 일로 만들어 버리면그 일을 가까이하고 잘 하게 될 확률은 점점 낮아집니다. 배움과 경험을 얻기 위한 실패만 의미있을 뿐이지 숫자에 매달리는 실패는 쓸데없는 실패 경험입니다. 

 뭐가 되었든 나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이렇게 했더니 성공했고 생각보다 해볼만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요령들을 만들어보아야 합니다.


목표를 위반하는 행동을 과대해석하지 말고 지나친 자기비난을 피해야 합니다. 죄책감은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효과가 있지만 딱히 해결할 자신이 없으면 죄책감의 대상을 아예 피하게 만들거나 되려 적대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음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사과할 방법이 없어서 계속 피한 경험이 그런 예입니다.  지나친 자기비난과 죄책감은 때로 문제를 바로잡기보다 멘탈 방어를 위해 문제를 회피하게 만들거나 자기 합리화를 부추깁니다.

실패에 충격 받고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자존심 상할 시간에 덤덤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그렇다면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볼까?' '목표를 조금 수정해볼까?'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아야 합니다. 

 

의미있는 방법이어야 잘 견디는 공부가 됩니다

 

미국 플로리다대 심리학자 에린 웨스트게이트 교수에 따르면 지루함은 자극의 부재 못지 않게 '의미'의 부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정이라 합니다.

예컨대 사람들에게 계산이나 종이 찢기처럼 똑같이 지루한 과제들을 시킨 후 해당 과제를 얼마나 지루하게 여기는지 살펴보면, 그 과제를 나름 의미 있는 것으로 해석해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지루함을 덜 느끼는 현상이 나타난다. 계산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든가 쓰레기 처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의미를 부여한 사람들이 덜 지루함을 느낀다는 것이죠.

똑같이 하기 싫은 지루한 운동을 반복하게 해도 결국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고 따라서 이 시간이 의미 없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운동을 규칙적으로 오래 잘 해내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공부도 그렇겠죠

 

의미가 있고 없음에 잘 반응하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마치 지루함이란 주인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지 호시탐탐 지켜보다가 의미가 떨어지면 바로 치고 올라오는 “의미 없음 경보” 라 생각하면 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여기서 말하는 의미란 주관적인 측면이 다분하다는 점입니다. 식물이나 동물을 키우거나 손재주를 부려 무언가를 만들거나, 가만히 누워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거나 또는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는 등 누군가에게는 시시하게만 느껴지는 일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삶의 기쁨이자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함만 불러일으킬 것 같은 정리와 노트필기도 내가 내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하면 흥미와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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