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출판사의 리뷰중 일부분입니다.

뉴스를 통해 접하는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을 혐오하고, 미국을 증오하며, 밑도 끝도 없는 민족주의에 세뇌되어 전 세계를 향해 ‘광역 도발을 시전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국제 무대에서 중국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했다고 여겨졌을 때뿐만 아니라, 세상의 온갖 이슈에 대해 분노한다. 유럽의 명품 회사들이 패션 화보에서 중국인 여성을 아름답게 묘사하지 않았다고 분노하고, 한국의 아이돌이 한미 동맹을 기념하는 상을 수상하며 발표한 소감에 분개하며, 심지어 자국의 영화감독이 오스카상 최우수감독상을 받았지만 조국(祖國)에 대해 비판적으로 발언했다고 해서 그녀를 비난한다.
그런데 이러한 뉴스들을 접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들게 마련이다.

과연 ‘중국 네티즌’이란 누구일까? ‘중국 네티즌’과 ‘중국인’은 같은 존재인가, 다른 존재인가? ‘중국 네티즌’이 ‘중국인’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일까? 혹 나아가 ‘중국 네티즌’ 자체를 단일한 주체, 혹은 통합된 주체로 볼 수 있는가?

‘중국 네티즌’은 모두 다 중화주의에 빠져있는 민족주의자들인가?

이들은 모바일 디바이스에 기반하여 주로 SNS를 통해 활동하며, 기존 ‘분노청년’ 세대와는 또 다른 미디어 화법으로 강한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표출한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작은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동시에 막강한 동원력을 자랑한다. 이들은 중국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고 여겨지는 대상을 발견하면 바로 그 상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개시하기에 한중 관계에 있어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신세대 민족주의 네티즌들을 지칭하여 ‘소분홍(小粉紅)’이라고 한다. 요컨대 오늘날 우리가 ‘중국 네티즌’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은 이들 ‘소분홍’에 해당한다.

‘디바 출정’: 중국 팬덤 민족주의 들여다보기
그렇다면 ‘소분홍’은 정확히 어떤 이들인가? 우리는 이미 우리 뉴스 속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 ‘소분홍’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들은 왜 무조건 국가를 사랑하고 편들며, 국가를 위해 온라인에서 적을 만들고, 또 그 적들과 싸우고 있는가? 아울러 이들에게 국가를 위한 싸움은 무엇을 의미하며, 이들의 막강한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싸움의 기술은 또 무엇인가?
이 책은 위의 문제의식에 답하기 위한 시도로, ‘소분홍’의 등장을 본격적으로 알린 사건으로 지칭되는 ‘디바 출정’ 사건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디바 출정’은 2016년 1월 20일,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커뮤니티 중 하나인 ‘디바’의 유저들을 중심으로 한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의 악명 높은 방화벽을 뚫고 당시 타이완 총통선거 당선자인 차이잉원 및 타이완의 친독립 성향 언론사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댓글 테러를 벌인 사건을 지칭한다. 이 사건은 타이완에서 독립 성향의 정치인이 정권을 잡은 것에 불만을 품은 중국 대륙의 민족주의적 네티즌들이 일으킨 사이버 테러에 해당하는데, 여기에서 드러난 행동 방식이나 감정구조가 기존의 사이버 민족주의 사건들과 매우 달랐기에, 이 ‘디바 출정’ 사건은 중국 민족주의 네티즌들의 세대 교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여겨진다.


이 책의 필자들은 주로 중국 대륙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학자들로, 총 8편의 글을 통해 ‘디바 출정’ 사건에서 드러나는 사이버 민족주의의 새로운 양상을 입체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1장 「21세기 중국에서 사이버 민족주의의 수행 : 디바 출정의 사례」는 ‘디바 출정’을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한 ‘셀프 퍼포먼스’라고 규정한다. 겉으로는 타이완을 공격하는 모습을 띠고 있지만, 사실 참가자들은 그 누구도 자신들의 공격이 타이완인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3장 「팬에서 ‘소분홍’으로 ― 뉴미디어 상업 문화 속에서 국가정체성의 생산과 동원 메커니즘」에서는 디바 출정을 통해 보여진 소분홍의 놀라운 조직력이란 그간 중국에서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한국 아이돌 팬들의 팬덤 문화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본다. 한국 아이돌의 팬덤 활동에서 나타났던 각종 디지털 활용과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들, 이를테면 VPN을 이용하여 다른 나라 사이트에 접속하기, 번역기 활용하기, 순위 경쟁과 스캔들에 대처하기 등의 능력들이 디바 출정에서 그대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중국을 인식하기
‘소분홍’으로 지칭되는 중국 네티즌들의 팬덤 민족주의는 앞선 세대의 사이버 민족주의와 다르다. 또한 이들은 흔히 생각하듯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거나, 어려서부터 일방적인 애국주의 교육에 의해 세뇌된 세대도 아니다. 이들을 구성하고 움직이는 동력과 맥락은 훨씬 더 복잡하며, 아울러 글로벌한 엔터테인먼트 소비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사이버 공간은 기본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공간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의 국적을 더욱 강하게 인식하고, 혐오하고, 차별하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을 법한 일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극도로 첨예한 이슈로 비화하기도 한다. 

출판사 갈무리 제공-  류하이룽 편저·김태연 외 2인 옮김,| 갈무리 
출판사 갈무리 제공-  류하이룽 편저·김태연 외 2인 옮김,| 갈무리 

이 책은 궈샤오안 충칭대 언론학부 교수, 리훙메이 마이애미대 전략커뮤니케이션 전공 부교수, 리스민 베이징인쇄학원 조교수 등 학자 11명이 쓰고 류하이룽 중국 인민대 언론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엮었다.

류하이룽 교수는 “국가는 더는 경애하는 부모 혹은 숭고한 대상이 아닌 평등한 관계 속에서 이들의 지지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아이돌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2011년 중국에서 유행한 웹툰 <그해, 그 토끼, 그 일들>이 중국을 귀여운 토끼로 묘사한 것을 예로 든다. 이전의 예술 작품에서 중국을 형상화한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홍콩 송환법 반대 운동에 반대하는 ‘출정’에서는 ‘아중(중국을 의미함) 오빠 파이팅’을 구호로 내세우기도 했다. 저자들은 이전의 누리꾼들이 ‘분노’를 동력으로 전쟁에 참여했다면 소분홍은 ‘재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본다.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과 속도도 완전히 바뀌었다. ‘까르푸 불매운동’ 등을 전개한 1990~2000년대 중국의 누리꾼들은 외교관계에서 마찰을 겪을 때 인터넷에서 상대 국가를 비난하고, 오프라인 시위와 결합해 민족주의 이슈에 적극 개입했다. 그러나 ‘디바 출정’ 때 ‘소분홍’이 채팅방을 열고, 이모티콘을 만들고, 규칙과 방식을 공유해 대만 인사들의 SNS를 공격하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밀레니얼 세대인 소분홍은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온라인 게임과 팬 커뮤니티 등을 통해 디지털 문화가 몸에 깊숙이 밴 세대다.

 

책은 이들 개개인을 만난다. 디바 출정에 참가한 이들의 SNS를 추적하고, 대면과 온라인으로 인터뷰한다. ‘디바 출정’ 이전에 참가자들의 SNS는 정치적인 것과 전혀 관련이 없었으며, 대중문화와 스타에 대한 토론으로 가득했다. 리더의 계정은 게임과 온라인 소설 관련 계정이었다. 책은 이들이 한국 아이돌 팬덤이 활동하는 방식을 ‘이식받았다’는 분석을 도출해냈다.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며 기존의 한국 팬들이 다른 팬덤과 경쟁하거나 스캔들에 대처하는 방식 등을 보고 체득하는 한편 VPN 우회 접속을 통해 다른 나라 사이트에 접속하는 법, 번역기 활용법 등 해외 팬으로서의 기술도 익혔다는 것이다.

소분홍이 이토록 활개를 치는 배경에는 정치권의 인정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에서 다른 형태의 대중 시위는 제압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민족주의 시위만은 가능하다”며 중국 정부의 인터넷 규제가 극심해진 와중에 소분홍만이 활발하게 뭉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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