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일어난 참사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김누리교수의 책은 참사이전에 나왔지만 제가 교수님의 책을 읽어보니 지금의 사태를 진단해 볼 수 있었습니다.    두가지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첫째는   군사문화의 전면적인 지배입니다
 

우리는 군사문화가 너무도 뿌리깊고, 너무도 널리 퍼진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대학에서 군대식으로 학생들 군기를 잡는다는 보도가 나오곤 하지요. 그러다가 폭력에 의해 학생들이 다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운동선수들이 정기적으로 해병대 훈련장 같은 곳에서 정신교육을 받기도 하고요.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을 군대 내무반 같은 곳에 처넣고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방송으로 보여주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낄낄댑니다.(..)이런 모습은 일상의 파시즘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이 사회에서는 너무도 비일비재하게 일상적으로 벌어집니다. 그런 야만적인 방송을 깔깔대며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을 전혀 낯설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 그런 모습들에 익숙하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다시 말하면 우리 내면에 그런 모습들을 우스갯거리로 소비할 수 있는 파쇼적 심성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지요.(p.31-32)

 윤석열정부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고 있지만 문화의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정부 우리의 코로나 방역은 전광석화였습니다.  침착하고 과학적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K방역’ 은 방역대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없는 군사작전이었습니다.

 

그러면 이태원 참사는 어떻게 설명해야할까요?  명백한 실패이지만 지금 이뤄지는 조사들은 대체로 지휘라인의 태만을 추궁하는 식입니다.

저는 군사문화라고 하는 것이 지시 내리는 사람은 소수 그리고 지휘과정은 불투명하고 비공개된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운이 좋으면 K 방역이지만 운이 나쁘면 지휘관 부재속의 이태원참사가 됩니다.

성공과 실패의 줄기를 따라가면 의사결정구조의 비민주성 보호와 배려의 대상이 되는 시민이 아닌 통제대상으로서의 국민만이 존재하게 됩니다.  우리는 선거때만 나라의 주인이 아닙니다.  지금은 통제의 실패만을 따지고 있습니다.

김누리 교수의 책을 따라가면  우리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두번째 진단이 나옵니다.  대표성의 부재입니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 즉 대의기관입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대표성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세대 대표성이 너무도 왜곡되어 있는 것이지요. 현재 한국 전체 인구 중에서 40대 이하의 인구가 약 40퍼센트 정도인데 국회에서는 불과 0.6퍼센트가 대의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세대 대표성 못지 않게 왜곡되어 있는 것이 직능 대표성입니다. 다양한 직업과 직능을 대표하는 의원이 그 현실 분포에 맞게 국회에서 대표되는 것이 이상적인 의회일 텐데 한국은 그렇지 못합니다.(..)한국에서는 법률가, 언론인, 교수가 과잉대표되어 있습니다. 즉 의회의 대의 기능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대의의 왜곡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의회 내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자꾸 의회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p.97-98)

아무말도 하지 말고 추모만 하라는 정부의 태도에 국회의원이 들러리 서야 됩니까?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불행은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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