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학교 졸업생

시간이 시간을 잡아먹는 12월이 한 주가 지나고 있다. 겨울 방학을 기다리던 12월은 이제 없다. 대부분 학교들이 봄방학을 넘겨버리고 졸업식을 당겨 1월 겨울 방학식과 빛나는 졸업식을 준비하고 있다. 

12월이 시작하는 첫 날, 강남 명문고 졸업생 모임에 초대받았다. 보통의 모임과는 다르게 작업복을 입고 용산구 골목 낡은 주택 앞에 모였다. 낡은 트럭 옆에 작업복 점퍼를 입고 옹기종기 모여 누구는 담배를 누구는 종이컵을 들고 서 있었다. 뭐하시는 분들 일까? 궁금함을 누르고 동창모임에 합류해서 부터는 감탄을 멈추기가 어려웠다. 

할머니 혼자 사시는 집은 어둡고 쌓여있는 먼지와 냄새, 검은 곰팡이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발 디디기가 쉽지 않았다. 초로에 들어선 아저씨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척척 방으로 거실로 욕실로 나뉘어 각자 역할을 맡아 움직였다. 방과 거실의 도배가 청소하는 시간보다 벽지 바르는 시간이 훨씬 빨라 또 놀랐다. 손발이 척척 맞아 웃음 소리, 놀리는 목소리 말고는 들리지 않았다. 방바닥에 앉아 짜장면 그릇을 들고 듣는 동창들의 직업은 놀라웠다. 학생들이 희망으로 적어내는 직업군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동창 모임을 봉사로 즐긴다는 졸업생을 보며 명문학교는 학생이 이뤄낸다는 평소 나의 지론을 다시 확인했다. 

초등학생도 고등학교를 준비하는 고민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영재원 입학시험을 치르는 모습도 지나는 길에 마주치며 응원했다. 명문학교 입성을 위해 미리미리 준비하는 모습들에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명문학교 학생이 전부 명품인간이 아니란 것도 기억을 해야 한다. 선배들이 이뤄낸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후배가 아니라 학교이름에 어울리는 졸업생이 되는 것이 좋겠다. 누군가는 '나' 때문에 학교를 선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나'에 비해 떨어지는 학교 명성은 '나'로 인해 명문이 되는 시작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을, 자녀를 포기와 좌절에 허우적 거리게 어른들은 점점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동창모임을 봉사로 하는 그들이 학교 다닐 시기에 학교는 명문이 아니었다.  저렇게 멋진 선배들이 계속 사회에서 우뚝 서다 보니 졸업생이 늘어 명문학교로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찾기 힘들다. 따지고 따지며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지금 내 앞에 있는 학생과 자녀의 탓은 아니다. 12월! 이어지는 喜悲가 엇갈리는 시간이 연말을 삼켜버리게 된다. 하지만 누구의 탓도 아니란 것을 명심하며 등 두들기며 다음 계단을 오르거나 다질 준비에 마음을 써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나를 위해, 명품이 아니어도 진실된 나를 찾아 행복의 미소를 지을 수 있게 2023 연말을 보내기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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