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은 전공의협회 회장입니다.

포철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화생공을 입학해서  경북대 의전원을 거쳐서 지금의 세브란스병원에서 응급의학 전공의(레지던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의 프로필을 보면 서울역 노숙인 무료 진료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했고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도 했습니다. 학부때는 아카라카 응원단도 했더군요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다할려고 노력하는 청년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단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면서 최저 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음에도 이제껏 정부는 이를 외면했습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 대한민국 의료가 마비된다고 합니다. 묻고 싶습니다.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작금의 병원 구조는 과연 바람직한가요. 이를 지금까지 방조했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건가요.

정부는 15,000명의 전공의들의 연락처를 사찰한 사실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 명령을 남발하며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공의들은 더 이상 정부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사직을 결정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의사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이와 같은 초법적, 비민주적 조치가 취해져서는 안됩니다.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저의 이야기입니다

우선 플라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개인의 보편적인 덕으로서의 정의와 사회적 삶과의 조화를 지적합니다.  지혜, 용기, 절제의 덕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선의 이데아'는 완성되며, 이러한 상태가 곧 '정의'라고 말합니다.  지난 정부가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고 구호는 잘 썼습니다. 그 정의로운 사회란 그 구성원들이 자기 역할과 의무를 다한 후,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온전히 받는 사회입니다. 

전공의에게는 역할과 의무라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런데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이 있을 것입니다. 레지던트들의 몫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전문의 의사선생님들의 몫 이야기가 아닙니다.

 의대 증원 자체를 철회하라는 전공의들의 요구가 지지받기는 어렵습니다. 국민들의 요구에도 반합니다.  그런데 지금 진행하는 방식은 잘 봐줘도 결과적 정의입니다. (물론 총선기획이라는 최악의 사고도 있습니다) 결과적 정의에 따르면 어떤 행동이 행위자와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행동은 윤리적으로 옳다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나오는 내용입니다.

절차적 정의는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행위의 과정과 수단이 어떠한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의대증원이라는 결과가 타당하다고 할 지라고 절차적 정의를 위배한 것은 분명합니다.  절차적 정의에 따르면 어떤 행동이 공정한 절차를 따르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한다면, 그 행동은 윤리적으로 옳다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전공의 전문의들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을 이유가 정부나 국민에게 있지는 않습니다.  지금 여기는 세종대왕의 나라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은 자신의 수입때문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이 큰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데 늘 수단, 통로는 전문의나 개원의가 아니고 전공의입니다. 이건 구조의 문제입니다.  초대형 상급병원에 가면 의사교수보다 전공의와 전임펠로가 더 많습니다.

전공의는 인턴 3137명, 레지던트 9637명으로 1만2774명으로 전체 의사의 11.4%에 불과하지만(2022년 기준). 지난해 말 기준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740명으로 전체 의사의 46.2%를 차지하고 있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40.2%, 삼성서울병원은 38% 입니다 .  미국이나 일본의나 대형병원의 전공의는 10% 수준입니다.

의대생들은 잘 알다시피 수련의(인턴) 1년, 전공의(레지던트) 3~4년 을 거친뒤 전문의가 됩니다. 최근에는 전공의 과정에 대한 보완으로 몇 년 더 전임의(“펠로우”) 생활을 하기도 하는 데 여기까지의 삶은 병원장 혹은 그냥 원장과 같은 자본가의 삶이 아니고 병원 노동자입니다.

박 단 회장의 글처럼  병원 사용자는 전공의에게 주당 80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고 연속 36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습니다. 이 법도 과로사하는 전공의들이 생겨나면서 2016년에 처음 시행된 것이니 그 전에는 그 보다 더 했다는 것입니다.

전공의들은 이 점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야 합니다

의대 증원의 선결요건은 이 노동환경의 개선에 있어야 합니다.

사실 빅5 상급병원 이런 초대형 산업형 병원은 전공의 덕분에 이뤄진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전공의 파업으로 휘청거리는 대형병원들은 기간제교사만으로 운영하는 사립학교와 닯은 모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운영하는 우리 경제시스템과도 닮아 있습니다.

운영은 소수의 전문의와 대다수의 임시직인 전공의로 유지하고 이익은 병원장을 비롯한 더 소수의 사람들이 가져간 것입니다.

다른 시장과 다른 것은 노동자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본가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 시장에 2천명이 해마다 늘어나면 지금도 열악한데 앞으로도 불안하다는 것이 이들 전공의들에게 다가온 위협인 것입니다

의대입학생이 늘어나면 명확화게 더 많은 전공의들이 개원(11.6퍼센트) 이 아닌 취업(52.9퍼센트)을 선호하게 될 것이고 소자본가가 아닌 중간노동자가 되어서 다시 전공의라고 부르는 임시노동자를 착취하면서 병원 경영자로 올라갈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이렇게 그려보면 의사세계는 생각보다 연대가 쉽기도 하고 그 연대가 바람직하지 않음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노동자의 지위에 있을지라도 몇 년 뒤에는 개원의가 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개원의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정책은 반대해야 하고 지금의 노동여건을 개선시키는 요구는 뒷 순위로 밀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공의들이 개원의들과 다른 요구를 내걸고 독립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핵심 요구는 대형병원의 진료를 전문의 중심으로 하라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의료의 질도 보장되고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해당 병원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면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이건 왜 안 될까요?

병원이 적자를 내서는 안 된다는 시장 논리 때문입니다.

그러면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원 중심으로 공공의료체계는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체계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시설에 대한 투자가 아니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해야 공공의료원이 질적 승격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공공의료원을 제대로 많이 갖고 있어야 이런 병원 파업문제가 없는 것이잖아요!

의협은 전공의들의 조건 개선에 관심이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의협의 멤버들은 다시 전공의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의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철회 방침만 끌어내고 전공의 조건 개선 약속을 받지않고 파업을 끝냈습니다.

노동자이지만 시한부 노동자이고 노동자 생활이 끝나면 자본가가 되는 전공의의 특수성은 자신들과는 다른 계급에 속한 의협과 깊이 이해관계를 공유함으로써 강력한 힘을 가진 이익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왕도 없고 신하도 없는 나라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정의로운 사회일 것입니다. 고객이 왕일리 없고 국민이 왕이 될 수는 더더욱 아니고 병원장이 왕이 되면 안 되고 학부모나 교사가 왕이 되는 나라도 아니어야 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롭다고 해서 불만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불만은 있겠지만 합의와 승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넉넉한 시간입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이 시급한 일도 1년 더 미루고 이야기하고 합의해야 할 것입니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매어쓸까? 라는 속담을 생각할 때입니다.

지난 10월 저는 8백명 증원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게 플랜 B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 차트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박단 전공의협회 회장의 페이스북 사진첩에서 사진을 하나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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