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 신규 개설 허가 권한은 중앙정부가 아닌 시·도지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작년 8월 정부가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수립할 때 지역별 수요·공급 추계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병상을 신·증설하려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시도지사가 개설 허가를 할 수 없게 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정부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 등을 포함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경우 신·증설 시 복지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박민수 차관이 발표했습니다.

의료법 개정은 국회가 일단 열려야 가능합니다. 시행령 개정만 빠르게 했어도 2023년 병원 착공을 멈추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럴 때를 공염불 혹은 레토릭이라고 합니다.

박 차관은 오늘  "일각에서 이번 의대 정원 증원이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 개원에 필요한 의사 인력을 값싸게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라면서 정부가 수도권의 과도한 병상 증가를 억제하고, 지역 필수의료를 위한 병상은 적절히 확충될 수 있도록 병상관리 대책을 충실히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짓는 병원을 멈추게 할 수야 없는 것 아닌가요?

설사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과천과 남양주에서 병원신설을 하는 고려대 정도에 그칩니다. 평택 김포는 병원이 필요한 곳입니다.

결국 앞으로 짓는 병원을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다 지었으니 버스는 떠난 셈입니다. 이렇게 수도권 병원이 많이 들어서게 된 것은  지자체 단체장과 지역 정치인들 입장에서 대학병원 유치가  가시적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병원 이용이 편해지고 부동산 개발 측면에서도 호재인데 자치단체장에게 맡겨놓으면 규제는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병상 총량제’를 도입해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전체적인 병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나왔습니다.

의사숫자는 몰라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7개로 OECD 국가(평균4.3개) 중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멈추지 못하고  평택과 파주, 남양주는 3차 종합병원급 병상이 부족한 곳입니다.

 

의료법 개정은 2019년 그런데 시행령은 아직도...

수도권 병원 11곳이 들어오게 된 발단은 2019년 의료법 개정이 미비해서라는 분석입니다

2019년 의료법이 개정되어서 병상이 과잉 공급돼 있는 지역의 경우 시도지사가 병원 신규 설립을 허가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의 동의를 얻도록 개정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지금까지 법을 적용할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상 규제가 강화되기 전, 막차에 대학병원들이 모두 올라탄 것입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교수에 따르면 수도권 병상 6600개 확대에 따라 의사는 약 3000명, 간호사는 약 8000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앞서 우리 신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뢰머의 법칙 (Roemer's law)’ 은 병상이 늘면 환자는 채워진다는 것으로 UCLA 공중보건 대학의 교수인 뢰머(Milton Roemer)가  2001년에 밝힌 상관관계입니다
11개 병원에서 3천명이 필요한 것은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매년 새로 충원하는 전문의 인력이 300~350명 선인 것에 비춰볼 때 합리적 수치입니다

의사 인력 공급을 2천명 늘린다고 해도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이 큰 규모로 신규 인력을 모집하면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 구인난을 겪고 있는 지역 병원들은 계속 비어있는 상태가 되고 그 상황에서 증원의 당근으로 수가를 조정하면 의료비가 더 오르게 됩니다.

결국 지방의료원은 어떻게 해야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환자들은 왜 지역공공병원을 찾지 않습니다. 이건 급식과 식당의 차이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은 근본적으로 다른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형병원과 공공병원은 경쟁의 상대가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지방 국립대에 예산을 쏟아붇는다고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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