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숫자가 중요하다

진로컨설팅을 했다. 학생과 부모님을 만나기 전에 들은 정보는 간단했다. 진학하고 싶은 대학과 학과를 깔끔하게 적어냈다.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등급을 말하는 학생의 입가는 "수능최저등급은 자신있어요." 라고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원점수를 물어봤는데 학생은 수시 지원을 목표로 한다면서 계속 등급으로 대답을 했다. 

고등학교 재학생과 입시를 치르지 않은 고등학생 학부모님은 큰오해를 가지고 있다.모의고사 등급이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경계라고 믿고 있다. 자신이 몇 개를 틀리고 원점수가 몇 점인지 잘 기억하고 있지 않다. 등급만 기억하고 숫자에 마음을 뿌듯해 하곤 한다. 그러면 안된다고 10번을 말해줘도 아이도 부모도 귀담아들어도 금세 잊어버린다. 

컨설팅을 하면서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어른답지 않게 자라는 새싹을 힘센 엄지 손가락으로 누르는 듯이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을 느꼈다. 따뜻하고 다정하고 사람 좋은 목소리로 "너는 무엇을 하고 싶니? 그 학과는 왜 가고 싶니? 너는 어느 대학에 입학했으면 좋겠니?" 친절하게 물었다. 평소 생각한 것이 많았던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생각했던 것인지 모르지만 아이는 술술 대답을 했다. 자신있게 실패는 없다라는 각오까지 보여주면서, 부모님의 얼굴도 힐끗 살피면서 대답을 했다.

꿈을 꾸라고 꿈을 키우라고, 꿈을 찾는 그 힘을, 도전하는 힘을 전하고 싶다고 말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꿈을 찾기 위해 이 촉박한 시간에 돌아가라고 말할 수 는 없다. 꿈을 찾기 위해 선택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원하는 곳에 도달하는 것보다 그 곳을 갈 수 있는 입구에 도착하는 방법을 알렸다. 

진학을 위해 거짓없이 솔직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생활과 멘탈 관리 이다. 스스로 위로하고 핑계대며 변명하는 것을 습관하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 다른 누구보다 자신에게 냉정하고 솔직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원하는 입구에서 가고자 하는 곳까지 선택하며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점수에 민감해야 한다. 등급이라는 달콤함에 위로받지 말고 맘에 들지않는 점수에 민낯을 보여줘야 한다. 오답 갯수에 솔직해야 하고 모자란 점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옆에 있는 학생은 경쟁자가 아니다. 학생의 경쟁자는 바로 너, 학생 자신이란 것을 명심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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