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조바심

봄비가 흠뻑 내렸다. 이제 곧 봄소식이 한창일 게다. 탐스런 목련과 노란 개나리가 제일 먼저 얼굴울 보여주리라 기다려본다. 꽃이 활짝 피고지고 나면 금세 벚꽃이 만개를 하며 중간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새학년 새학기 첫 시험이란 것이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나무가지만 늘어져 있는 모습은 삭막했지만 어느새 피는 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나무가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우내 나목으로 떨고 있었다. 꽃이 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무를 그대로 두고 기다렸다. 꽃이 피는 것을 우리는 믿고 기다린 것이다.

우리는 어른이다. 자연의 규칙뿐 아니라 일의 순서를 합리적으로 잘 해낼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다. 하지만 우리도 어른이 되기 전에 학생으로 12년 이상을 나름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에 우리는 지금과 같은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시간을 지냈을까?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하기도 했고 기다리기도 했었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되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믿는 구석도 있었다. 어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다. 다만 어떤 어른이 될지 막막하고 뿌연 안개에 답답한 적도 있었다.

시간은 지나고 우리는 제각각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른이 되었다. 좋은 어른은 어떤 어른인지는 몰라도 각자 제 자리를 지키는 한 사람의 어른이 되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학생도 꽃을 피우기를 기다리는 벗은 나무가지나 마찬가지이다. 어른이 조바심을 가지고 아무리 빨리빨리를 외치며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쥐어준다고 해도 그들에게 필요한 시간이 충분히 흘러야 한다. 어른의 조바심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조금 밖에 없다. 

어른은 알고 있다고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환경에 따라 경험이 달라진다. 어른의 부모도 지금 나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어른이 될 것을 믿고 지켜보며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무가 잘 자라는 조건이 다르지만 공기, 물, 빛은 필수조건 이다. 어른은 이 세 가지 조건만을 지켜주며 시간이 지나 학생이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기다려 주면 된다. 조바심에 더 빨리 어른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는 무슨 과정과 경험을 통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 지 가슴 설레이며 봄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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