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 VS 기다림

봄이 왔다. 지나는 길에 노오란 개나리가 보이지 않아 아직 봄이 친해지지 않았다. 학교 올라가는 길에는 유난히 개나리가 많은 것 같다. 긴가지로 늘어진 개나리 뭉치를 보는 순간 옆에 붙어 있는 향기로 봄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요즘 순간순간에 만나는 감정에 '부모'라는 키워드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부모님께서 나란히 사랑하는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찾아오시는 경우가 잦아졌다. 두 분이 나누시는 말씀을 듣다보면 우리나라 부부들이 결혼 전에 연애를 소심하게 하셨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두 분의 대화가 성숙하지 못함을 자주 들키신다. 자녀에 대한 바람이나 기대가 자신들의 경험으로 통일되지 못한 채 한 집에서 끝이 보이는 갈래길로 나눠져 있다. 물론 끝에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그렇지 못할 사랑스런 자녀가 서 있다.

부모의 청소년 시절에는 진로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아주 가끔 드물게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청소년들이 우상이 되기도 했지만 우리네 부모들은 그것을 부러워 하지 않았다. 집에 있는 자녀와 별개로 기특한 아이도 있구나 라고 좋게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사랑스런 청소년에게는 그들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변함없이 응원하시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부모님들은 말씀하신다, "아이들이 간절함이 없어요". 아이들이 간절함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간절함을 느끼는 곳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타의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간절함의 고지에 도달해 보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지 못하시는 분이 많으시다. 공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의 한 가지가 끈기, 인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조건에 익숙하지 못하신 부모님이 주변에 자주 보이신다.

우리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진로탐색과 진로에 대한 고민보따리를 솔직하게 풀어보는 시간을 나눠보면 어떨까? 우리는 성인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 직업을 통한 진로찾기가 되는 경우였다. 아이들은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진로를 기반으로 진학을 통해 성인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준비를 마친다. 진로를 통해 진학이 되지 않고 취업이나 창직 또는 창업으로 이어지는 갈래길이 다양해 졌다. 

아이들은 간절함 보다는 즐기는 것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동기가 발생하고 끈기있는 자세로 과정에 스토리를 지어내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 기간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림이다. 아이들이 재미를 즐기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늘려가는 그 영역을 기다림으로 지켜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된다. 

아이들에게만 간절함을 바라지 말고 엄마도 아빠도 어른들도 각자의 간절함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인내하는 시간이 예전에 학교 다닐 때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공감하며 제대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이지만 말하는 순간까지를 솔직하게 표현하며 나누다 보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잦은 포기보다 쉴 새없이 도전하는 시간을 응원하며 지루함을 간절함으로 버텨낼 수 있을 때 까지 오늘도 기다려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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