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 내용으로 한동훈 장관 후보자의 자녀 알렉스 한의  입시의혹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핵심이 두가지라고 봅니다

벌써 세번째인  고등학생의 논문 출판 이슈.  지인 찬스라며 불공정을 외친 대학생들과 수많은 비판자들의 잣대로는 조국 장관이나 한동훈 장관후보자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라는 문제입니다.

두 분 다 법무부장관이라는 점에서 법과 윤리의 구분을 버젓하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이번에도 표창장은 등장합니다. 진짜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민상이어서 인천 학생이 받은 것이 이상합니다.  채드윅에 입학할때는 알렉스 한이고  서울시민상을 받을 때는 한지윤입니다. 출처 : 김두일 작가 페이스북
이번에도 표창장은 등장합니다. 진짜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민상이어서 인천 학생이 받은 것이 이상합니다.  채드윅에 입학할때는 알렉스 한이고  서울시민상을 받을 때는 한지윤입니다. 출처 : 김두일 작가 페이스북

두번째로 한 장관후보자의 경우는 미수범입니다.

한동훈 지명자는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지금 고 2이잖아요  입시는 내년이니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죠. 그리고 이제는 사용하지 않겠죠. 그런데 질문이 사용할 계획이 아니지 않았나요

아래는 우종학 교수의 페이스 북 발췌입니다

<팩트 체크>

1.국제학교 재학 중인 한동훈의 장녀는 고1이던 지난 해 7-8편의 논문을 출판했고 이 중에서 6편이 단독저자, 2편은 공저자 논문입니다.

2. 3편은 ABC Research Alert라는 저널에 실렸습니다. 주제는 국가채무 등 경제, 경영, 사회 분야입니다.

3. 다른 3편은 세 개의 저널에 실렸고 코소보, 파키스탄, 한국 상황을 다룬 논문들입니다. 그 중 한 저널은 심사과정을 거친다고 되어 있는데 엄밀해 보이지 않고 Global Research 저널은 논문에 저자 이름만 표기되고 소속/주소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한동훈 딸의 논문인지 불확실합니다. 고등학교 이름이 나와있지 않아서). 세 저널 모두 약탈적 저널에 가깝다는 의심이 듭니다.

4. 나머지 2편은 거대한 규모의 학회인 IEEE의 프로시딩즈에 실렸습니다. 예전에 나경원 의원 아들이 발표한 논문처럼, 학회 참가 후에 출판되는 논문입니다. IEEE 소속 학회가 워낙 많으니 학회에 따라 질적 차이가 있겠습니다. 한 편은 단독저자로, 다른 한편은 방글라데시 대학생이 1저자고 알렉스 한이 2저자입니다.

5. 분야마다 다르지만 논문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연구방법이나 내용을 간단히 보고하는 research note나 technical note도 있고 실험결과나 발견을 짧게 알리는 alert 형태의 보고도 있습니다. 반면 한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는 리뷰 논문도 있습니다.

6. 한동훈 지명자 측은 몇년간 써 온 고등학생의 글을 전자문서화하기 위해 오픈엑세스 저널에 형식을 갖추어 투고한건데 논문으로 왜곡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널에 출판된 논문형식의 글을 논문이 아니면 뭐라고 부릅니까?

7. 오픈엑세스라는 말은 누구나 논문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널에 실린 논문들은 비싼 구독료를 내는 학교나 개인들만 볼 수 있지만 오픈엑세스는 저널을 구독하지 않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알렉스 한의 논문들의 경우, 일부는 오픈엑세스고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8. ‘온라인 저널’이라고 해서 논문이 아니거나 질이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출판되지 않는 저널이 없습니다. 종이로 찍어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출판합니다.

9. 논문을 출판하려면 일반적으로 돈을 냅니다. 논문게재료 혹은 page charge라고 합니다. 네이처 같이 가판대에서 판매하는 잡지에 논문을 실을 때는 게재료를 내지 않지만, 각 학문 분야의 저널들에 논문을 출판할 때는 게재료를 냅니다. 가령, 저도 지난 주에 천체물리저널에 새로 출판된 논문의 게재료로 200만원 가까이 지불했습니다.

10. 그러니 장사꾼들은 약탈적 저널을 만들어서 논문을 내라고 유혹합니다. 돈이 되니까요. 물론 학자들은 그런 저널은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논문실적이 급급한 사람들은 유혹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유학, 입시, 취직 등 뭔가 논문업적이 필요하면 이런 약탈적 저널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11. 한동훈 측은 ‘온라인 저널’, ‘오픈엑세스’, ‘고등학생의 글’ 이런 표현으로 논문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논문임을 부정하기는 어렵고 반대로 이런 질문이 듭니다. 논문이 아니라면 왜 굳이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까? 전자문서화하기 위함이라는 답변은 매우 궁색해 보입니다.

언론에는 논문이 아니라고 둘러대지만, 유학/입시 등에 스펙을 제시할때 당연히 논문으로 포장하려고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 거라는게 합리적 추론입니다.

 

 

<의혹>

12. ABC Research Alert에 출판된 3편의 논문들의 경우, 언론에 따르면 이 저널은 약탈적 저널입니다. 돈만 받고 엄격한 동료심사 없이 혹은 학문적으로 의미없는 글을 논문으로 포장해 주는 역할입니다.

알렉스 한 혹은 그의 조력자들은 이 저널이 약탈적 저널임을 알았을까요? 아니면 논문출판을 위해 선택한 저널인데 자신들도 약탈을 당한 것일까요?

13. 한겨례는 ABC Research Alert에 낸 논문 한 편이 대필되었다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돈주고 사서 자기 이름으로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14.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들은 4번에서 언급한 IEEE의 두 논문입니다. 인공지능 관련 어느 학회가 작년 12월 말에 알제리에서 열렸고 그리고 올해 2월말에 인도에서도 열렸습니다. 원래는 학회에 참석해야 발표가 가능하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온라인 참석이 가능했으니 아마도 온라인 참석으로 논문발표 기회를 얻은 게 아닐까 합니다.

고등학생이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학회에서 발표를 한다면 칭찬할 일입니다. 대학교수의 연구실에 와서 인턴연구를 하면서 연구경험을 쌓고 연구자로 준비하는 것도 원래는 참 좋은 일입니다.

15. 그런데 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요? 실험을 하거나 머신러닝 코드를 돌려서 나온 데이타를 기반으로 한 연구논문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 이런 주제를 선정하고 연구하고 발표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두개의 논문을 연달아 발표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한동훈 측은 몇년간 써온 글들이라고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중2, 중3, 고1때 쓴 글들을 모았다는 걸까요? 중학생이 그런 글들을 쓸수 있다는 주장일까요?

제가 보기엔 누군가의 상당한 조력 없이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연구의 5단계 중에서 첫번째인 연구주제 설정, 아이디어 발굴, 이 부분이 사실은 가장 어려운 단계입니다. 분석이나 자료정리 등은 오히려 쉽지만 주제를 잡고 연구방향을 정하는 것은 고등학생이 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학교선생님이나 대학교수 등, 누군가 같이 했다면 논문의 공저자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윤리 위반입니다. 논문에 기여했는데 저자로 넣지 않는 건, 유령저자의 문제입니다.

16.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IEEE에 낸 단독저자 논문은 3년 전에 발표된 어떤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보통 같은 단어들을 몇개 씩 똑같이 나열한 구나 절들이 확인되면서 표절이 드러납니다. 그런데 동사를 바꾸거나 수동태를 능동태로 바꾸거나 하는 식으로 야비하게 고치면 표절검사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두 논문을 비교한 자료를 보니 제 판단으로는 표절입니다. 궁금합니다. 이렇게 논문을 수정하는 작업은 알렉스 한이 직접 했을까요, 아니면 누가 대신 해주었을까요?

17. IEEE에 2저자로 낸 논문의 경우도 심각한 의문이 듭니다. 1저자가 방글라데시 대학생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와 함께 공동연구를 하게되었을까요? 어떻게 컨택이 되었는지, 연구를 어떤 식으로 공동으로 진행했는지, 2저자인 알렉스 한의 기여는 무엇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어느 국제학회에서 우연히 만나 토론하면서 공동연구를 하게 된 것일까요? 연구자들이 일반적으로 하듯이 말입니다. 아니면 어느 입시컨설팅 업체에서 주선해 준 걸까요? 아니면 혹시 논문을 돈주고 사온 것일까요? 한동훈 측이 밝혀주면 좋겠습니다. 연습용 글이었다는 식의 구차한 변명 말고 말입니다.

18. 알렉스 한은 왜 단독저자 논문을 그것도 해외저널에 출판했을까요?

첫째, 정말 뛰어난 학생이라서.

둘째, 주변에서 누군가 연구지도를 했고 주제를 찾아주고 논문작성에 도움을 주었으나 그 조력자의 이름은 논문에는 올리지 않은 유령저자의 경우라서.

셋째, 논문을 돈주고 사왔거나 유학/입시 컨설팅 업체에서 작업을 해주고 스펙을 만들어 준 경우라서.

만일 첫번째 경우라면 칭찬할 일입니다. 그러나 두번째 경우라면 어떨까요? 조국 장관, 나경원 의원의 자녀들의 경우처럼 공저자가 있었더라면 공저자가 속한 기관에서 연구윤리 위반 혐의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가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조사할 권한도 구조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고등학교는 연구기관이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해외저널에 출판했으니 수사권도 없습니다. 국내 저널에 출판된 조국 장관 딸의 논문은 병리학회가 취소시켰고 나경원 의원 아들의 4저자 논문은 서울대 연구진실성 위원회에서 연구윤리 위반으로 판정했습니다. 그러나 공저자도 없는 고등학생 단독저자의 해외저널 논문은 연구윤리 위반을 판정할 주체가 없습니다. 검토대상 자체가 되기 어렵습니다.

 

<누가 피해자인가>

  지난 몇년 간 고등학생 논문으로 드러난 입시현장의 적나라한 퇴행을 우리 모두 보았습니다. 상상불가한 정도로 부모들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는 아이들과 그에 대비되어 이런 기회가 아예 주어지지 않는 수많은 아이들이 당하는 불공정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정말 스펙 준비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대학연구실에서 인턴하고 논문 한편 쓰는 정도는 우습게 되어 버렸습니다. 고 1학생의 해외저널 논문 8편은 과연 단순한 전자문서화가 목적일까요? 아니면 유학, 입시를 위한 스펙쌓기가 목적일까요? 수많은 고등학생들은 입시와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 까요?

 그리고 약탈적 저널이든  상장이든 뭐든 자녀들의 앞길을 밀어주는 주는 좌우 진영구분없이 등장하는 실력자 부모들에 대해 대부분의 부모들은 분노를 넘은 좌절을 느낄 것이라 봅니다.

 알렉스 한을 대대적으로 칭찬한 어느 미국 매체에 나온 인터뷰 기사가 실제로는 자작 기사였다고 합니다.  칭찬기사를 누가 써주었는지 모르지만 돈을 지불하고 그 기사가 실렸을 때 알렉스 한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기뻤을까요? 부끄러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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