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크리처가 찬생했다한들 태평양 전쟁의 판세는 절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경성 크리처가 찬생했다한들 태평양 전쟁의 판세는 절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700억을 들인 대작 경성 크리처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실패작이 되어 버렸습니다. 넷플릭스가 2023년 상반기 더 글로리, 사냥개들, 퀸 메이커, 마스크 걸까지 그야말로 K드라마가 압도적이었는데 23년 말과 24년초에 나누어 개봉한 경성크리처는 시청시간이나 팬들의 평가 그리고 세계적인 관심을 일으키는 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평가는 혹평 일색이지만 저는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왜냐 작가가 제가 좋아하는 낭만 덕터 김사부를 만든 강은경 작가니까요. 그런데 의학 이슈를 예리하게 다루면서도 섬세한 심리 묘사가 시청자들의 관심과 집중을 빨아들이던 그 필력은 사라지고, 그냥 이도 저도 아닌 국뽕 판타지 드라마가 됐죠.

일단 작가는 아우슈비츠나 그곳에서 맹활약한 죽음의 천사 요세프 멩겔레에 비해 악행은 절대 뒤떨어지지 않지만 인지도는 훨씬 떨어지는 731 부대 이야기를 다룬 시도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공부했어야 합니다. 당시 일본이 731 부대를 만든 이유는 자신들이 미국에 비해 화력과 경제력이 밀리는 현실에서 페스트 균 등을 이용한 세균전을 준비하려는 의도였숩니다, 마국에 맨해튼 프로젝트가 있다면 일본에는 731부대가 있었던 거죠.

일단 731 부대의 사령관이자 의사였던 이시이 지로는 괴물이 맞습니다. 그러데 당시 일본의 과학 기술력으로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영화 속 괴물 같은 무기를 만들 능력은 되지 못했습니다. 전쟁 기간 내내 허구헌날 싸우는 군부 내 육군과 해군의 갈등 속에서 히로히토는 우리에게는 왜 히틀러처럼 신병기가 없냐:고 한탄했다가 전쟁으로 죽어가는 병사들의 삶을 사쿠라가 지는 것에 비유하면서 극단적 조울증 상태에 있었습니다. 731부대가 전쟁의 판세를 바꿀 정도의 생화학 무기를 개발했다고 한들 그걸 미국에 사용했다 어떤 보복을 당할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문제는 필리핀을 잃은 레이테만 해전 이후에는 일본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해군력과 공군력은 완전히 상실했다는 사실이죠. 히로히토 이하 일본 군부 실세들은 어느 누구도 새균전을 벌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죠. 일본은 전쟁 막판 V1 V2 등 대륙간 미사일을 가장 먼저 개발해 영국을 공포에 떨게 한 히틀러가 가진 최신 군사력이 없었고 카미카제 이후 발악은 해야겠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일본이 택한 건 풍선에 세균을 주입해 놓고 미국 쪽으로 날려 보냈다가 그 중에 하나가 미국 서부 해안에서 터져 6명이 죽은 게 미국과 전쟁에서 미국 민간인이 입은 피해의 전부입니다. 미국 민간인들은 대부분 대서양을 오가다 유보트의 공격에 물귀신이 됐죠. 일본군은 태평양을 잠수해서 미 연안까지 갈 잠수함도 없었고 무엇보다 레이다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731 부대는 드라마처럼 45년 초겨울 패전이 임박해 한반도로 철수한 게 아니라 8월 초 소련이 갑작스럽게 참전하자 모든 증거를 태우고 퇴각했습니다. 일본은 44년도에 태평양에서는 연전연패하고 본토에 공습을 당해도 중국 전쟁에서는 점령지를 단 하나도 잃은 사례가 없습니다. 중국 군대가 한 거라곤 일본군 육군 병력(관동군) 200 만명을 중국 땅에 묶어두었다는 사실 정도인데 일본이 이들을 태평양에 보냈다 한들 군사망자(일본군은 중국과 전쟁을 훨씬 더 길게 했지만 사망자는 태평양에서 10배가 더 넘게 발생했습니다.) 숫자만 늘렸을 겁니다. 즉 시간적으로도 역량적으로도 강은경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할 옹성 병원이라는 괴물을 양성하는 병원이 한반도에서 만들어질 수가 없었던 거죠. 참고로 역대 최강의 군대 히틀러의 독일군을 무찌른 소련 육군은 주코프와 추이코프 쌍두 마차를 모두 쉬게 하고 862진들로 구성된 부대를 내놓고도 815일 일본군의 항복 때까지 만주는 물론 한반도 북쪽의 나진 선봉 지역까지 장악할 정도로 강했습니다. 일본은 미국이나 소련의 적수가 될 수 없었죠.

어차피 허구의 드라마 역사적 고증이 어긋나면 뭐 어때? 재미만 있으면 되지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문제는 후자에 네티즌들의 평가가 더욱 냉정하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래도 이 드라마가 건질 게 있다면 전쟁이이어도 의사에게는 경계를 넘지 않아야 하는 선이 정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게 의미입니다. 돌담병원과 옹성병원이라는 두 공간을 대비하면서 의사라는 직업과 인간이라는 본질 사이에 놓인 그 엄청난 거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731부대나 그에 바탕을 둔 상상력 옹성병원의 경성 크리처나 이건 국적을 떠나 인간의 역사에서 절대 발생하면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의사라는 직업, 환자를 살리고 환자의 고통에 응답해야 하는 의사들이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었죠 그런데 왜 일본과 독일에서는 의사들이 나서서 금수보다 못한 악마 짓을 자청한 걸까요? 인간 본성에 악마성이 있었을까요? 일본이나 독일이 특별히 잔인해서였을까요? 제가 볼 때는 인간 본성보다는 시대적 맥락과 교육이 더 컸다고 봅니다. 그 당시 독일과 일본 및 영국과 미국의 상당수 백인들에게도 있었던 사회 진화론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약육강식이 자연의 본질이며 인류라는 종이 강한 존재로 진화하기 위해서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는 사고 어떻게 보면 가장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가 아우슈비츠의 멩겔레와 731 부대의 이시이 지로를 만들어 낸 거죠. 설사 자연이 약육강식이라고 해도 모든 의사는 인류라는 종보다 눈 앞에 있는 인간이라는 개인을 더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의사는 약자나 고통 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지 국가의 명령은 그 다음에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이죠. 이런 교육이 의대 교육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일본은 1931년 군부 구테타 이후 더욱 우경화된 사회 체제, 독일은 희대의 미치광이 히틀러의 집권 이후 국민 머리속에 강한 것이 아름답다는 환상만 갖게 된 거죠. 너무나 자명한 존재론적 이유. 내 눈 앞에 한 사람의 인간은 전체 인류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게 된 거죠.

의사를 만드는 과정은 반드시 인문학적 사유와 성찰의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는 진리를 저는 돌담병원과 옹성 병원 사이의 거리 사이에서 확인합니다.

ps : 731 부대가 만의 하나 경성 크리처를 창조한다한들 전쟁의 판세를 바꿀 수 있었을까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프로그램 안에 정답이 나와 있습니다. 괴물은 질소에 약하고 불에 타 죽을 수 있는데 당시 미군이 일본보다 압도적이었던 무기가 잠수함과 화염방사기였습니다. 당시 미군은 M2부터 M10까지 다양한 사정거리의 화염방사기를 보유해 그야말로 일본군을 불로 지졌죠. 전쟁이 아니라 학살에 가까웠던 태평양 전쟁(중일 전쟁은 그 반대였습니다.)119.4의 사망자 비율은 조금 줄어들 수 있겠지만 절대 판세를 바꿀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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