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더 프로그램 : 사기 털트 납치
넷플릭스 다큐 더 프로그램 : 사기 털트 납치

넷플릭스 다큐는 정말 좋은 게 많아요. 마음에 듭니다. 최근 본 다큐 중에서 이 프로그램-- 마침 제목도 프로그램입니다. 정확히는 (더 프로그램 : 사기 컬트 납치)은 국내에서는 거의 안 알려진 작품인데 정말 좋았습니다. 교육에 관련된 내용이라 괜찮은 뉴스 독자들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3부작으로 만든 이 다큐는 저도 처음 듣는 미국의 학교 아이비 리그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아이비 리그를 참조한 것 같은 이 학교는 기숙형 사립 고등학교로 학비가 년 3만 달러가 넘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는 학교라기보다는 감옥에 좀 더 가까워 보입니다. 일단 졸업할 때까지 외출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3년 동안 사교육비 안 들어서 좋겠다고요? 그런데 문제는 언제나 디테일에 있습니다. 이 학교가 나중에 뉴욕주가 인권 유린 실태조사로 검사들이 동원될 때 충격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학교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겁니다. 따라서 졸업장 자체가 사기였던 거죠.

이 다큐는 놀랍게도 나레이터가 이 프로그램의 피해자입니다. 최대한 심각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다큐를 끌어갑니다.

피해자들이 이 사기극과 살인 사건까지 발생한 비극의 범죄자(미국 검찰도 못한)이자 교육 사기꾼들을 단죄하고 정의를 실현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건데요. 일단 이 학교는 이런 슬로건을 내걸어 학부모를 유혹했습니다.

당신의 자녀, 약물 중독 때문에 걱정이 많으십니까? 확실하게 끊어 드립니다.”

미국은 학부모들이 자녀 수학 점수보다 약물 중독을 걱정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펜타닐 때문에 죽어나가는 숫자가 시험 성적 비관 때문에 자살하는 숫자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죠.

그래서 학부모들이 31억 원이 넘는 고액 학비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이 학교로 보낸 겁니다. 그런데 학교가 학부모에게 홍보할 때 중요한 한 가지를 빠뜨렸죠.

, 그 과정에서 약간의 폭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학교는 참으로 특이하게 교사보다 학생 관리인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뉴욕 검찰에 따르면 교사 1(성경 담당)이고 240명이 떡대 좋은 남자들입니다. 이들이 540명의 학생의 간수 역할을 한 거죠. 당연히 폭력 외에 강간이나 성적 학대 또한 일어났습니다. 학생들은 이메일은커녕 졸업할 때까지 학부모 면담도 불가능했기에 집에 알릴 방법이 없었죠.

학교는 일단 학생들에게 자아포기를 강요했습니다. 자아 포기를 위해 학생들이 두루 누워 듕그렇게 원을 그리는 시간을 장기간 갖기도 했죠. 그냥 너희는 개체가 아니고 한 몸으로 움직이는 유기체이니 한 명이 약을 끊으면 모두가 끊을 수 있다고 세뇌한 거죠. 자아가 포기된 사회는 40년대 스탈린 시절의 소련이나 지금 북한과 같은 사회입니다. 그들은 학교에서 수업 대신 지옥을 맛 본 거죠. 그런데 개인주의를 철저하게 부정하고 파괴시킨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이 철학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너한테 일어난 모든 일은 너의 책임이다.”

이건 또 무슨 망발일까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나에게 발생한 모든 일이 정말 학생 개인의 책임일까요? 부모는? 사회는? 학교는 아무 책임이 없을까요?

장 자크 루소 대신 스탈린을 선택한 이들은 사실은 돈을 벌기 위해 학부모 욕망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한국의 사교육 업체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돈을 더 벌기 위해서 한국의 사교육업체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용 대비 효과 즉 가성비를 내려고 애를 썼다는 게 문제죠. 이들이 하루 식비로 사용한 금액은 놀랍게도 하루 4 달러입니다, 한끼에 1달러짜리 식사가 어땠을까요?

결국 졸업생이 배출되고 풀려난 이들이 학부모 앞에서 울면서 진실이 드러납니다. 주인공은 자신을 이 지옥에 보낸 아빠를 처음에는 원망을 했습니다. 더군다나 엄마가 죽고 재혼해 계모에게 자신이 상처받도록 했기 때문에 더더욱 용서가 되지 않았죠. 물론 그게 약물 중독이 된 변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어떤 상처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자녀가 약물 중독에 빠질 걱정은 안 하지만 명문대나 의대를 가지 못해 사회에서 루저로 평생 살 것을 진심으로 걱정해 자녀를 가둬두는 이른바 자물쇠 학원이나 기숙학원에 열광합니다. 그냥 믿고 맡길 테니 알아서 성적만 올려 달라,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내 자식 좋은 대학 가게 해달라는 게 우리나라 학부모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말도 안 되는 아이비 리지 같은 학교는 없겠죠. 사실 공부보다 중요한 건 인성이나 건강이고, 공부 잘 하는 못된 학생보다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을 갖춘 평범한 학생을 만드는 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이 다큐를 보고 정말 어쩌면 저럴 수 있지?라고 탄식하실 수 있겠지만 약물 중독자로 자녀를 만드는 미국 시스템보다 시험 중독자로 자녀를 키우는 우리 교육 시스템이 나은지에 대한 확신은 들지 않습니다. 어쩌면 후자가 더 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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